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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장 근육

by 박재옥


김장은 숨 쉬는 일과 같다

피부가 숨 쉬며 생일을 기억하듯


이제는 김치를 사서 먹자고 해도

포기하지 못하는 어머니

김장 하는 날은 우연이 아닐 텐데도

우연처럼 해마다 같은 날이다


텃밭에 비료주듯 대충 양념 버무리고

간을 맞추는 듯하지만

숨겨둔 맛이 기적처럼 되살아나는 걸 보면

손저울의 본능은 정확하다

뿐인가, 찢어낸 배춧잎에 삶은 돼지고기 올리면

천국은 혓바닥 너머로 저문다


김장 끝난 밤중에 비밀처럼 찾아오는 근육통

아픈 부위를 찾아 파스 붙이다가

김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나에게는 일 년에 한번 쓰는 근육이지만

어머니에게는 평생 써오던 근육이라는 것을

지금껏 쉬지 않고 달려온 어머니의 근육을

녹슨 기차처럼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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