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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별과 같이 걷다

by 박재옥

영월 김삿갓 계곡 부근에서

밤길을 걷고 있을 때 별들도 같이 걷고 있다


어떤 별들은 산등성이 타고 종주 중이고,

어떤 별들은 밤하늘 돌아 완주 중이다


예전 시골집 마당에서 멍석 깔고 올려다보던

그 많던 별들이 다시 걷고 있다

도시에서 바삐 사느라 까맣게 잊고 지낸 동안에도

하늘의 복판을 걷고 있었을 별들


그들도 우리처럼

하루하루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아직 살아 있으니까 빛을 내고 있을 것이다

아직 희망이 있으니까 걷고 있을 것이다


어두운 밤길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동안

서로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서

거친 숨소리, 시선이 활시위처럼 팽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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