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그는 도대체 어떤 작가일까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인가!
혼모노는 아직 안 읽었고, 두고 온 여름을 시작으로 빛을 걷으면 빛까지 읽었다.
확신하는 건 한국 문학사에 깊이 새겨질 인물이다.
말도 안되게 글을 잘 쓴다. 말이 안 돼...
너무 씁쓸하고 아리다. 읽을 때는 영화를 보는 것마냥 선명하게 이미지로 인식되고 읽고 난 이후엔 잔잔한 잔상을 남긴다.
모든 사람들이 읽어봐야 한다.
대한민국 필독서다.
배우들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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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오'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는가? 두고 온 여름을 읽기 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한 단어였다. '마음으로부터 싫어하여 미워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혐오'의 오탈자인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쳤었는데 반복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작가의 취향이 담긴 단어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염오하다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혐오하다와는 무언가 다르다. 내 감각에서 혐오하다는 상당히 직설적인 표현이고, 최근의 경향에 있어서는 사회적 의미를 내포한 표현이다. 반면 염오하다는 보다 주관적이고 사사로운 미움에 가까운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생경한 단어가 주는 이질감과 버벅임이 소설 속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물의 상황과 잘 어울려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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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무람없이 내 생활에 틈입하기를 나는 은밀히 바란다."
"리메이크된 곡이라고 하자 엄마는 그러냐며 고개를 주억인다."
무람없이: 예의를 지키지 않으며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게
틈입: 기회를 타서 느닷없이 함부로 들어가다
주억인다: 고개를 앞뒤로 천천히 끄덕거리다
그 외에도 객년, 소지 등 일상의 언어에서는 거의 볼 일 없던 단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해 글을 더 다채롭게, 독자 입장에서는 보다 섬세하게 귀기울이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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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울음이 안에 있던 것을 죄다 게워내고 쏟아낸다면, 어떤 울음은 그저 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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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이 영화화가 된다면 기하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해봤다. 근데 책 말미에 있는 작가님의 인터뷰 글을 보니, 가상의 캐스팅을 하며 글을 작성했는데 기하역을 배인혁 배우로 가정하고 썼다고 한다. 아니... 기하 역에 그런 얼굴은 너무 반칙이잖아요. 내가 읽을 땐 분명 나같은 평범한 소시민의 탈이었는데 기하가 너무 주인공같이 생겨지잖아. 참나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라도 영화화가 되면 좋겠다 꼭. 문학은 문학으로서 이미 충만하지만, 이런 글이 영화화 되는 것은 상업성에 치우친 영화계에 작은 생채기를 낼 수 있는 방식이리라. 무엇보다.. 그냥 너무 직관적으로 재밌잖아?
이제는 정말로 공감한다.
"넷플릭스를 왜 보나,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