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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인생도 마스크팩처럼

"번거로운 것"과 "흡수시키는 것"

by 세진

나는 다들 자신만의

"특급 휴식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도 아닌 내가,

소소하게나마 즐기지만

어느 때나 사용하지 않는 "특급 휴식"


나만의 "특급 휴식"은 바로

"마스크팩"을 하는 것이다.


마스크팩을 하는 걸

"특급 휴식"으로 잡은 것은

아래와 같은 이유가 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마스크팩의 과정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피부에 신경을 쓰는 타입이 아니어서,

조금 더 번거롭게 와닿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만큼 번거롭기에,

"특급휴식"인 것이다.


나는,

세수가 끝난 후엔

스킨이나 토너패드를 올리고

바로, 그 즉시 크림을 얹다.

스킨이나 크림이

자연스레 흡수되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러하기에 피부에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있다.

흡수시키는 것을 기다리고 또 얹고...

그러는 과정이 번거로워서.


그렇지만 정말 가끔,

피부가 건조하다고 아우성 칠때면

스킨 외에 다른 기초 제품들을 얹어서

빠르게 흡수시킨다.

이게 평소 하는 방법이다.


빠르게 흡수시키는 과정을 좋아하는 내가,

가끔 "진정한 휴식"을 원할 때는

마스크팩을 꺼내든다.

빠른 흡수와 정반대인, 마스크팩을.

가끔 있는 여유시간을,

번거로움에게 건네준다.


마스크팩은 얇은 시트일수록

펼치기가 번거롭다.

번거로워서 낑낑거리면서

겨우 얼굴에 붙인다.


에센스가 가득 머금어져 있는

마스크팩을 겨우 펼치고 얹으면,


스킨으로만 가질 수 없는

과한 수분감이 내 피부에 얹어진다.



과한 수분감을 얹어둔 채로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대체로 지금처럼

글을 적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에센스가 피부에 잘 스며들도록

10-20분 정도를 얼굴에 붙여둔다.


이 시간만큼은,

"나만의 휴식 시간"이라고 정해두

그 누구도 날 방해하지 못한다.


타닥타닥, 글을 적다가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면

어느새 권장 시간이 된다.


이때 마스크팩을 떼어

톡톡, 두드리며

직접적으로 흡수시킨다.

마지막으로, 더욱

잘 흡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피부에 공들이는 걸 싫어하지만

정작 나는 건조한 걸 못 견딘다.

사람은 얼굴이 '기름진 것'과 '건조한 것'중

견디기 힘든 것이 다르다고 하던데,


난 얼굴이 건조하면

화가 날 정도로 싫다.


그러기에 마스크팩은

수분이 부족한 나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다.

그럼에도 난 매일 사용하지 않는다.


20분이라는 시간을

마스크팩에 투자하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이다.


흡수시킬 때는 시간을 단축해야

된다고 믿는 나였기에,


이러한 마스크팩은

오히려 내 신조와 반대였다.


그럼에도,

마스크팩을 하고 나면,

평소와는 다른

수분감 덕분에

상쾌한 기분이 든다.


매일매일 해야지, 마음 먹지만

정작

얇은 마스크를 펼치는 스트레스와,

20분을 매일 "흡수시키기"라는 번거로움에

투자하고 싶지는 않아서

스크팩을 미뤄둔다.


20분이라는 번거로움 때문에,

행복을, 미뤄둔다.


사실 마스크팩만이 아닐 거다.

번거롭지만 행동하면 행복한 것이.


그리고,

흡수시켜야 될 것도

마스크팩의 에센스만이 아닐 거다.


때로는 급하게

흡수시키더라도.

가끔은,

마스크팩을 붙여두는 시간처럼

조금은 천천히,

느리게

흡수시키는 것에 집중하며

나의 여유에 집중하면 좋겠다.


이건 피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에게 흡수시켜야 될 것들.

그것이 아픔이든, 상처든.

아니면 행복한 감정이든.

그게 무엇이든 간에

차근히 흡수시켜야 된다.


바로 삼키고, 바로 흡수시켜 놓고

건조하다고, 기름지다고

투정 부리면 안 된다.


차근차근,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스킨을 얹으면 스킨이 흡수될 때까지 기다리고

로션을 얹어야 되는 것처럼.


가끔만이라도,

마스크팩처럼

권장시간에 맞춰서

그 감정을,

그 가치를 흡수시켜야 된다.


마스크팩의 권장시간을 넘긴 적이 있었다.

최대 20분까지인데,

30분까지 붙여둔 적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에센스가 더 오래 스며들면 좋겠거니 하고

오래 붙여두었었다.

그러나

오히려 대조적으로


오래 붙여둔 마스크팩은

내 피부에 건조하게 와닿았다.


"오래 붙여둔다고,

오래 흡수시킨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구나."


좋은 것임에도

오래 붙여두면 오히려 방해가 되듯이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너무 긴 것도,

너무 짧은 것도 좋지 않다.


권장시간에 맞춰서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게

나에게 맞는 감정과 가치를

흡수시키는 것은 어떨까.


조금은 번거롭더라고,

나에게 시간을 투자하면서.



힘들게 펼쳐둔 마스크를 권장시간에 맞춰서 뗀다.

수분이 부족한 피부에 충분하리만치

얹어진 수분감.

톡톡, 피부에 걸쳐져 있는

에센스를 손바닥으로 흡수시킨다.

마스크팩을 떼니 피부에 묻어있는 에센스.

더욱 잘 흡수되라고, 손으로 두드려 흡수시킨다.


번거로움에도, 흡수시키는 것이 좋으니까.

몇 번이나 조심히 두드린다.


생각해 보면,

때로는 마스크팩 같은 것들이 많은 거 같다.


아무리 번거로워도,

미루지 않고 흡수시켜야 되는 것들이 있다.


권장시간에 맞춰서,

너무 급하게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흡수시켜야 하는 것들이.


톡톡, 에센스를 두드리고는 흡수되기를 기다린다.

수분크림을 찾는다.

에센스가 다 흡수되고 나서야,

수분크림을 얹는다.

차근차근.

무엇이든지,

너무 급하지 않게 말이다.




* 마스크팩 사용 설명 방법 - 더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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