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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상품이 아니더라도

번거로움이 가득하더라도 나누려는 마음

by 세진

길을 걷다가, 평소 지나갈 때 보이던 잡화점 바깥에 있는 박스를 발견했다. 박스 앞에 웬 종이가 있는 걸까. 궁금해서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와 박스가 있었다.


"새 상품 아니에요. 필요하신 분 챙겨가세요~"



덩그러니 놓여있는 박스에서, 새 상품이 아니어도

필요한 사람들은 챙겨가라는 세심함이 눈에 띄었다. 중고품에 대해서 큰 거리낌이 없는 나는,

바로 박스 안을 살펴보았다.

박스 안에는 정말 말 그대로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있었다. 한 때 유행이던 모루인형 키링부터, 일반적인 인형 키링, 형광펜, 열쇠고리들까지.


형광펜을 가져가려다가, 문득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내려두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마음이 있다. 폐업했음에도

"새 상품이 아니라"라고 까지 명시하며,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마음이 있다.

새 상품이 아니라고 언급한 거는,

혹여나 미연의 방지로 (새 상품인 줄 알고 가져갔는데 문제가 생겼잖아요!)와 같은 부분을 막기 위해서가 아닐까. 폐업했음에도 찾아오고 따지는 진상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런 부분을 막으면서까지라도 나누려는 마음.

그 마음이 눈에 띄었다.


단순히 버려도 되는 것을.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들여 포장해서

내놓는 마음.

그러한 다정한 마음이 참 따스했다.


새 상품 아니더라도

필요하면 가져가달라는 그 마음


이 상품이 "새 상품이 아니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보여주고 있는 거니까.

그러한 가치와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더 따뜻했다.


중고와 새 거를 분류하더라도,

그 차이점을 인정하고

본질의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좋아한다.


"중고"라고 버렸다면

이 필요의 가치를

누군가는 받지 못하였을 테니까.


새 상품 아니에요. 그래도 필요하면 가져가세요.


손글씨로 꾹꾹 눌러 담는 그 마음속에는

이 물건이 다시 쓰이기를 바라는

가치의 마음이 담겨있었을 테니까.


너는 버림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이에게

그 가치를 실현하는 거라며.


손글씨로 펜을 꾹꾹 적는 그 마음에

손을 뻗게 되었다.

한동안 물건만 뒤적거리다가

자리를 빠져나왔다.


나보다 더 어린아이들이

가져갔으면 하는

너무나 작고 사소한 마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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