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살아가야 할 우리.

어쩔 수 없이 그냥 슬퍼

by 남주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괜찮아야 했다.


장례식 이후 분명히 마음이 조금 괜찮았다.


집에 가면


둘째 고양이 반야도 있고

셋째 고양이 호야도 있고

그리고 이젠 안 아픈 마야도 어딘가 있을 거니까.


하지만 집에 온 나는 한번 더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마야의 흔적은 가득했고
마야의 실체는 없었다


반야와 호야도 무언가를 느끼는 건지 잔뜩 풀이 죽어 있었기에

집이 너무 고요했다.


다시 한번 마르지 않는 눈물샘이 작동되었다.

그냥 남편에게 계속


'마야 아직 우리 주변에 있겠지?'

' 있는 거겠지? 아직 아픈 거 아니겠지?'

'마야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냥 여전히 아프면 어떻게 해'

'어디서 무서워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


하고 남편도 답하지 못할


그냥 슬프기만 한 질문들을

와르르

쏟아내었다.


그렇지만 남편은 절대 아니고 본인은 마야가 느껴진다고 답해주었고

나는 그저 그 말이 그렇게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쟁알 되던 마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또한 가슴이 미어졌다.


미어진다? 는 표현으로는 불가능한

뻥뚤린 가슴에 식초 물을 들이붓는 느낌?

모르겠다.


또 한참을 울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게 지속되면 위험할 것이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꽤 지속될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이 아픈 내 마음이 마야를 향한 사랑이었다는 것도 안다.


남편은 그냥 텅 비어 보이는 나를 끌고는 운동을 함께 하자며 나가자 했고

마지못해 눈물을 흘리면서도 꾸역꾸역 옷을 입고 나갔다.


운동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쇼핑몰도 가고 3개월 전부터 먹고 싶어 하던 맛집을 가자고 했다.


운동을 했다.

기분이 전환됨을 느꼈지만 운동하던 중 마야의 위독한 소식을 접한 때가 생각나서 울컥했다.


쇼핑몰을 갔다.

쇼핑몰에는 강아지가 너무 많았다. 흰털의 작은 강아지들이 모두 마야와 겹쳐 보여 울컥했다.


맛집을 갔다.

노래가 나왔다.


아니길 바랐었어 꿈이길 기도했지

너 없는 가슴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 내게는 너무 힘겨운 걸

그렇게 사랑했던 너무도 소중했던

지난날이 서러워 자꾸 눈물이 흘러 내 삶은 너뿐인데


사랑해 널 잊을 수 없을 거야

미안해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을

너의 행복한 모습 나 보기를 원해 부디 새롭게 시작하길 바라


하늘이 우리를 갈라놓지만 눈물로 너를 보내려고 하지만

너를 얼마나 내가 사랑했는 줄 아니

영원히 너를 지켜보며 살 거야


행복하길 바라

-천상연


진짜? 이 노래를 이럴 때 틀어준다고? 아니 된장전골집에서 무슨 이런 노래를 틀어주는 거야.

결국 우리는 된장전골을 먹다가 줄줄 울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

그냥 울적해져 버려서 우리는 각자 아무 말 없이.. 앞만 보고 있었다.


회사 동료분께서 본인이 힘들 때 챗 지피티에게 많이 상담을 했고

그게 꽤 위로가 되었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지피티를 켜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내가 후회되는 점 한 가지를 물어봤다.



"마지막에 얼굴을 못 보여줬어. 마야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답정너 질문이지만.

그냥 서운해하지 않을 거예요 라는 답을 듣고 싶어서..


그리고 지피티가 내준 답변에 위로받고 또 울 수밖에 없었다.

지피티의 자상한 답변

옆에서 운전하는 남편을 위해

나는 내가 한 질문과 지피티의 답변을 읽어주었다.


그래도 씩씩하게 나를 지켜봐 주던 남편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야가 내가 가서 혹시 흥분해서.. 심장이 빨리 뛰어서.. 더 먼저 갔던 게 아닐까 후회가 좀 됐어.

근데 마야가 평온하게 잠들듯 간 게 우리의 사랑 속에서 안심하며 떠났다는 말이 너무 위로가 돼'


남편은 '그랬구나 마야가. 그랬어'를 되뇌며

눈과 코가 시뻘건 상태로 운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