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괜찮아? 여전히 물어보고 싶어.
나는 몇 년 전부터 이 순간을 걱정해 왔고.
미리 불안해왔고
어쩔수 없는 순리라며 의연한 척 말해왔다.
근데 아무 소용도 없더라고.
겪어보지 못한 끝없는 슬픔만이 있었다.
그리고 되뇌는 괜찮아.
아니 하나도 안 괜찮아.
좀 더 빨리 올걸.
아니 출근하지 말걸.
데스크 간호사가 빨리 날 들여보내줘도 됐잖아?
어젯밤에 집에 가지 말고 그냥 병원에 있을걸.
아니 그전에 내가 느낌이 이상할 때 얼른 그냥 병원 데려갈걸.
우리 마야는 아직 어린데.
나 마야 다시 못 어루만지는데 괜찮아? 아니 하나도 안 괜찮아.
안 괜찮았다.
나는 안 괜찮았다.
끊임없는 후회와 미안함이 올라왔다.
올라오는 생각들을 억지로 짖이기며 괜찮다 말하고 있었지만
그냥 다 부셔버리고 싶었다.
나도 부셔지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부셔지지 않으려면 괜찮다고 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 나는 앞으로도 괜찮다라고 수없이 말하며 그저 살아가야겠구나..
선생님이 마야와 더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자리를 옮겨주시겠다고 했다.
차가운 철장보다 조용한 곳에서 마야를 쓰다듬는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알겠다고 했다.
잠시 후 커다란 종이박스가 하나 내 앞에 도착했다.
한복 상자 만한
그저 그냥 종이박스
그리고 그 안에는 국화꽃을 살포시 안고있는 마야가 누워있었다.
'이 상자랑 국화꽃은 상시 구비를 해두시나..'
마야의 작은 몸집에도 잘 맞지 않는 종이상자와
가짜 같은 상황 속 싸구려 가짜 국화꽃을 바라보며
내 소중한 고양이를 좀 더 소중히 해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마야는 박스를 좋아하고.. 이 국화꽃도 마야 장난감처럼 생겼네.. 그래.. 좋아할거야'
하고 또 괜찮다 되뇌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이제 집에 가자. 우리 마야'
마야는 집으로 간다.
이제 안아프고 편안히 잠들었으니
마야가 좋아하는 집으로 갈거다.
' 마야는 이제 더 이상 안 아파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
남편에게 집으로 가 마야가 좋아하는 자리에 마야를 뉘어달라고 말했다.
아직은 따듯하지만 서서히 식어가는 마야를 느끼며 차를 탔고
마야의 시신을 계속 어루만져 주었다.
10년 전 마야를 이동장에 넣어 입양해 가던 그 순간처럼..
마야와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순간처럼..
마야와 남편은 우리의 집으로
나는 다시 회사로 갔다.
이미 내 일상은 다 부셔졌는데 같잖은 일상을 보내겠다고 회사 가기를 선택한
이 멍청이.
.
.
.
남편은 마야와 함께 집에 왔고, 마야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했다.
'그래 마야의 영혼은 이제 집에 있을거야 .. 마야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서 그렇게 그대로 있겠지?'
당일 저녁, 마야의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
아팠던 육체는 얼른 보내주고 싶었다.
찾아보니 하루 이틀 잠든 아이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지만
마야 눈빛만 봐도
마야의 오르내리는 가슴팍만 봐도
마야의 목소리만 들어도
마야의 상태를 알 수 있던 나였다.
그러나 깊이 잠든 마야에게서는 작고 미세한 움직임도 더 이상 느낄 수 없기에,
도저히 함께 있을 자신이 없었다.
보나마나
마야의 얕은 숨을
반짝이는 눈을
촉촉한 코를
뒷통수의 따듯한 햇빛 냄새를
아기 새 같은 목소리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흔적을 내내 찾을 나였다.
장례식장을 갈 때는
더 이상 시신을 어루만지지 않았다.
마야는 집에 있을테니까.
마야는 평온한 우리 집에 돌아왔고 가장 좋아하는 햇살이 따듯한 그곳에서
식빵을 구우며 그르릉 거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르지 않는 눈물샘과 함께 남편과 계속 마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마야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했고
마야는 이제 안 아프니 괜찮다고 또 둘이 되뇌었고
마야는 행복했을 거라 반복해서 말했다.
마야는 더 이상 대답할 수가 없으니
누구도 알 수 없는 대답을 우리는 확신하듯 되뇌었다.
마야는 이제 괜찮을 거고 행복했고 행복할 거야.
더 이상 안 아플 거야.
'괜찮은거지? 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