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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전마케팅학회 KUDOS May 23. 2023

국내 최초 식단형 케어푸드 사업, 그리팅

CASE TRACKING

오늘의 케이스 트레킹은 현대그린푸드가 국내에 없었던 식단형 케어푸드 사업 모델을 도입하고, 떠오르는 가정간편식(HMR) 트렌드에 “건강” 키워드를 접목해 질환자 및 일반인을 위한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소비자층을 폭넓게 공략한 과정을 담았습니다. 2020년 3월, 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이 런칭된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HMR이란?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이란 바로 또는 간단히 섭취할 수 있도록 판매되는 가정식 스타일의 완전, 반조리 형태의 식품으로 1~4세대로 나뉘는데, 4세대 HMR의 대표적인 예로는 밀키트가 있다. HMR은 음식이자 편의를 위한 제품으로서, 즉석조리식품 제조, 포장용기 개발, 고령식 제조 등의 특화 기술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타 식품군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HMR 산업은 온오프라인 유통, 정기구독 배달서비스, 맞춤 헬스케어 등의 산업과도 강하게 연결되며 2020년까지 약 5년 간 매년 가파른 성장률을 보여왔고, 2022년에는 시장 규모가 약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건강기능식품이란 신체건강 유지를 돕기 위해 기능성 원료를 사용하여 생체조절 기능에 특화된 제품으로, 건강 문제에 소비자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해옴에 따라 제품이 다양화되고 매출 또한 급증하고 있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10명 중 8명이 1년에 한 번 이상 제품 구매 경험이 있을 정도로 매년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 같은 인구사회적 요인에 따라 2020년 식품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품목 중 하나로 꼽혔다.


메디푸드와 간편식, 국내에서의 위치는?

당뇨, 암, 신장질환 등 국내 만성질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한 끼로도 영양을 채울 수 있는 식품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오며, 질병의 예방 및 관리가 가능한 건강기능 맞춤형 식품인 ‘메디푸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입원환자 및 병원에 대한 기존의 B2B 거래뿐만 아니라 메디푸드로 건강을 챙기려는 일반 소비자들 대상 B2C 거래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 또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메디푸드를 독립된 분류군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한편 메디푸드 중에서도 식단형이나 간편식 형태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입원환자뿐만 아니라 노인, 질환자 등 자택환자이지만 스스로 보살피기 힘든 이들에게 간편식형 메디푸드가 좋은 선택지가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메디푸드는 식사대용 제품뿐만 아니라 단백질 보충제 등의 제품 다양화를 통해 소비층이 넓어지고 있으며, 가정의료비와 정부 의료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그 잠재성이 크다.

한편, 편리함과 건강을 모두 챙기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편리미엄이란 제품의 편리함에 가치를 부여하는 심리로, 2020년 주요 소비 트렌드로서 특히 식품군에 적극 반영되고 있다. 같은 시기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 또한 확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소비 동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화 되고 있는 HMR은 간편한 대용식을 넘어 3~4인 가구도 제대로 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홈다이닝’화 되면서, 실제로 중고등 자녀 가구를 중심으로 HMR을 홈다이닝으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SWOT 분석을 통해 추적해 본 그리팅의 출시 전략

강점 분석 ㅣ현대그린푸드의 최대 강점은 식자재(B2B)와 도소매(B2C) 유통을 바탕으로 한 오랜 단체 및 위탁 급식 사업 경험이다. 자사만의 관리체계를 통해 단 한 건의 위생사고도 없이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해 왔고, 차별화를 위해 업계 최초로 저염식단, DNA 건강식 등의 시도를 해오며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또한 국내 급식업체 중 유일하게 프리미엄 컨세션(호텔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F&B를 식품전문업체가 위탁 운영하는 것)을 맡는 등, 푸드서비스 사업에 있어 오랫동안 안정된 수익을 내며 역량을 인정받아왔다. 또한 식품, 가구, 중장비 등 자사 채널을 바탕으로 도소매 유통 분야의 강자로 자리 잡아왔다. 


약점 분석 ㅣ그러나 현대그린푸드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적인 식품 제조 시스템이 부재했다. 이미 식품제조 영역의 강자로 자리 잡고 있던 경쟁사들은 자체 생산 체인을 보유•확충해오고 있었다. 또한 정부의 규제, 기업체 구조조정, 최저임금 여파 등으로 현대그린푸드를 포함한 단체급식 업계 전체가 정체기에 들어서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기회 분석 ㅣ국내에서는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고령층의 영양섭취 이슈, 즉 이들의 저작, 연하, 소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한편 한국보다 빠르게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케어푸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이미 입증되었는데, 특히 고령자나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 수요층도 포괄하는 케어푸드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었다. 반면 매우 빠른 고령화와 성인병 질환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식사’ 형태의 건강식품을 제공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현대그린푸드는 2017년 케어푸드 기술을 활용한 연화식을 국내 최초로 출시해, 2019년 매달 제품 소진율이 90%를 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에 식사 형태의 케어푸드는 자사의 강점인 B2B 부문을 활용해 선점할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떠올랐다.



위협 분석 ㅣCJ제일제당은 2010년 런칭한 ‘비비고’를 통해 국내 HMR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또한 밀키트에 특화된 자사 브랜드 ‘쿡킷’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HMR 시장 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 CJ는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며 일반 소비자 대상 케어푸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편 2020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자용 식품을 ‘특수의료용도식품’(메디푸드)으로 개정하고 하위 제품군을 세분화했는데, 그전까지는 ‘환자용 식단형 식품’이라는 유형을 명시할 방법이 없었다. 이는 식단 형태의 제품 효과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하는 데 애로사항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팅이 취한 출시 전략은?

전략 1) 전문가가 1~4주 단위로 메뉴를 기획해 ‘매일 바뀌는 식단’을 지향하고, 제품을 배송받길 원하는 시간과 주기를 설정할 수 있는 정기배송 및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자

식사를 쉽고 다양하게 챙겨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큐레이션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특히 전문가가 식단 구성에 참여한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다. 또한 주기에 따라 개인 맞춤 식단을 짜는 ‘밀프렙’ 등의 트렌드가 부상하며 관련 서비스에 대한 전망 또한 긍정적이었다. 한편 원하는 시간과 메뉴에 맞춰 필요한 신선식품을 배송받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며, 콜드체인 같은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소비자의 기준 또한 높아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서 ‘새벽배송’ 시장이 있는데, 2015년부터 급성장하며 오히려 HMR 제품이 급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신선도가 중요한 상온 HMR 제품은 그날 먹을 것을 아침에 배송받는 시스템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리팅은 전문가가 식단을 짜주는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에서 착안해, 전문 인력을 통해 당도, 나트륨 등을 낮추면서도 필요한 영양 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을 자체 설계했다. 이러한 연구는 그리팅 전담 연구조직인 ‘그리팅랩’에 기반하는데, ‘장수마을 식단’의 경우 그리팅랩 연구원 80여 명을 포함해 200명의 전문인력이 참여해 개발했다. 또한 자사는 전문 영양사가 상주하며 반찬을 추천해 주는 오프라인 매장 서비스를 기획했다. 오프라인 판매 채널인 ‘그리팅 영양사의 반찬가게’은 자사 제품이 전문가가 구성한 식단이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킨다. 또한 신선제품을 원할 때 배송받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자사의 강점인 유통체인을 통한 배송서비스를 두 가지로 구성했다. ‘정기배송’의 경우, 소비자는 원하는 기간, 주당 끼니 수, 메뉴 등을 선택하고 배송 희망일을 택해 원하는 스케줄에 맞추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새벽배송 서비스인 ‘건강마켓’의 경우 소비자는 배송 전날 제조된 상품을 신선하게 받아볼 수 있다.

 

전략 2) 집으로 옮겨오는 '맛'에 대한 수요를 '건강함'과 연결 짓고, 포장 방식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할 제품을 개발하자

코로나19로 ‘먼 곳의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 장소가 집으로 이동했고, 이러한 변화는 HMR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또한 HMR 제품 선택 시 여전히 맛과 브랜드를 중시하는 소비 경향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이 출시되고 있었다. 한편 1인 가구가 늘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소포장 제품, 1인 전용 식당, 1인분 배달주문 등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케어푸드 산업에서 앞서고 있는 일본에서는 노인층을 배려한 포장용기가 주목받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밀키트 제품에 활용할 수 있어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스킨포장 등의 공정법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에 그리팅은 질환자를 위한 ‘메디케어’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데일리케어’로 제품군을 나누어, 그리팅 식단의 취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소비자까지 공략하고자 했다. 출시 초기, 저렴한 도시락의 간편함과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우연히 자사 제품을 접한 후 “비싸기만 하고 맛은 없는 도시락”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품류의 품목 수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그리팅은 제품에 최적화된 포장 방식을 개발해, 유통이라는 자사의 강점을 더욱 활용하고자 했다. 식재료에 맞춰 가열이 필요한 요리와 필요하지 않은 요리를 분리한 2단 도시락 용기뿐만 아니라 ‘Easy Peel’ 포장법을 개발해, 주요 고객인 고령자의 편의를 고려했다. 1인가구 등 소포장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1인분 전용 상품 또한 기획해 타깃층을 폭넓게 공략하고자 했다.

 

전략 3) 일관된 맛을 내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체 식품제조 체인을 구축하고, 자체적인 영양성분 체계를 만들어 제품을 유통하자

기존 반찬가게는 접근성이 좋으나 메뉴 별로 영양성분을 확인할 수 없고 일관된 맛을 내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식품별 영양성분을 알고자 하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화학 제품을 꺼리는 소비 심리가 확산되며, 화장품 성분 분석 앱인 ‘화해’로 시작해 식품 성분 분석 앱인 ‘식잘알’, ‘엄선(엄마들의 선택)’ 등의 앱이 출시되어 인기를 얻었다. 비슷한 시기, 간편함 덕에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HMR은 영양성분 측면에서 부실한 경우가 많았고, 해당 부분에 대한 니즈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밀키트 같은 HMR의 경우 정확한 영양성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그리팅은 센트럴 키친 식 제조 체인을 구축해 손맛에 의존하거나 정확한 레시피가 통용되지 않던 시장이나 동네 가게 등 기존 반찬 구입처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는 '중앙 공급형 주방'으로 원재료 수급부터 음식의 완성, 공급처 납품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방식으로, 맛과 간, 비주얼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효율성과 만족도가 높다. 또한 그리팅은 자사몰에서 유통되는 모든 제품의 ‘세이프티 스코어’를 체계화했다. 이는 식품의 영양소나 첨가물 정보를 고려한 별점 제도로, 위해성이 있을 수 있는 성분이 적거나 식품이 원물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매긴다. 소비자가 제품을 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이러한 서비스는 시중에 판매되는 가공식품 2만 개를 분석해 그리팅이 자체 개발한 것이다. 2020년 그리팅 출시와 함께 가동을 시작한 ‘스마트 푸드 센터’에서는 제품의 대량 생산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제품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린’ 전략을 사용한 인프라를 갖췄다. 이를 통해 외주에 일부 의존했던 자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요리는 물론 소스까지 외주사 협력 없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리팅의 출시 전략은 어땠는가?

자사 제품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온라인으로 접해야 하는 상품이라는 접근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기존의 반찬 판매 채널들로부터 차별화하려 한 시도가 돋보였다. 식단 설계, 영양성분 표기 등 전문인력의 존재가 식단관리사업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흐름을 오프라인 채널 확장에 활용한 것이 타 브랜드의 식단 관련 서비스보다 고객 유입에 효과적이라 생각된다. 또한 자사가 국내 유통 분야 강자로서 자체 식품제조 체인이 없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시장의 잠재성을 보고 대형 인프라를 적극 투자•구축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자칫 뻔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전략을 틈새시장에 적용하여 수익성을 끌어낸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하며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그리팅은 2020년 브랜드 런칭 시기와 겹친 코로나19를 발판 삼아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소비자의 집이 곧 ‘맛집’이 되는 전례 없는 현상과, 1인가구로 인한 혼밥 트렌드 확산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바뀌는 식품업계의 신사업, 특히 국내에 최초로 도입하는 사업 모델이 취한 출시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국내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호황을 맞을 케어푸드 시장에서, 그리팅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기대해 봐도 좋겠다.



고려대 철학과, 패션디자인 및 머천다이징 김지우

rlazwoo@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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