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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전마케팅학회 KUDOS Jun 20. 2023

10년 된 산업이 트렌드라고? RMN은 왜 주목받는가

TREND INSIDE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RMN이란 무엇인가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etail Media Metwork; RMN)란, 소매업체가 다양한 광고 목적으로 타사 브랜드에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앱 등의 온라인 채널과 매장 광고판과 같은 오프라인 채널로 구성된 광고 인프라를 말한다. 쉽게 말해, 소매업체가 하나의 광고 미디어가 되어 광고주에게 온라인몰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프랜차이즈점 매대 등을 광고 공간으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세 물결

디지털 광고 시장의 변화의 흐름은 광고가 게재되는 미디어를 기준으로 크게 세 번의 물결로 나눌 수 있다. 

디지털 광고의 첫 번째 물결은 2000년대 초반 구글 애드워즈(Google AdWords)와 함께 부흥한 검색 광고였다검색광고란검색 엔진에 특정 텍스트를 검색했을 때 노출되는 광고를 말한다. 검색과 광고 노출이 같은 페이지에서 이루어지므로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사용하며, 검색 유저들이 이미 상품/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구매전환율이 높다.

*퍼스트파티 데이터(first-party data): 기업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직접 수집한 고객 데이터로, 고객이 사이트에서 정보 제공의 목적이 아닌 행동(구매/검색 등)을 한 데이터


두 번째 물결은 2010년대 초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확산된 소셜미디어 광고이다. 소셜미디어 광고는 페이스북 광고와 같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여 노출하는 광고를 말한다. 맞춤형 광고를 위해 *서드파티 데이터를 사용하며, 파급력이 커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도달 및 인지시키는 데 효과적이지만 비교적 구매전환율이 낮다.

*서드파티 데이터(third-party data): 데이터 수집 업체가 고객과의 직접적인 관계없이 여러 매체(뉴스, 커뮤니티 등)를 통해 수집한 고객의 데이터


디지털 광고의 제3의 물결은 리테일 미디어 광고로, 광고를 송출하는 매체가 소매업체에 한정된다. 리테일 미디어 광고는 온라인 쇼핑몰 기업 아마존이 2012년 광고 계열사인 아마존 애즈(Amazon Ads)를 런칭하며 등장했으나, 2020년대에 들어서야 디지털 광고 트렌드로 떠올랐다. 각 소매 및 유통 업체의 고객 데이터인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사용하며고객의 제품 구매가 행해지는 시점(point of sales)에 광고를 노출해 구매 전환율이 매우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약 10년 전에 등장한 RMN은 왜 지금 주목받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활발히 사용되던 서드파티 데이터 활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 강화가 이루어지면서, 서드파티 데이터를 제공하던 기업들이 데이터 제공을 중단하거나 중단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기업이 자체 서비스를 통해 수집해 수집 및 활용 시 상대적으로 규제 준수에 용이한 퍼스트파티 데이터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쿠키: 사용자가 특정 웹 사이트를 방문할 때 생성되는 임시 파일, 사용자의 웹사이트 방문 내역, 이용 패턴, 행태 정보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높은 비용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며 식료품과 같은 저마진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소매업체들은 팬데믹 시기 불황을 계기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경영과 수익률 향상을 위해 새로운 수익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저비용 고효율의 광고 사업이 적합했다.


RMN은 광고주에게도 매력적인 광고 채널이 되었다. 광고주가 광고 채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해당 채널의 수용자 규모, 쉽게 말해 그 채널에 광고를 실었을 때 광고를 보게 될 사람의 수이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작았던 과거 미국에서는 광고 매체 선정 시 이커머스 플랫폼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팬데믹 시기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수용자 규모가 커져 쇼핑몰 내의 광고 지면이 가진 가치가 증가했다. 전쟁 및 경제 침체로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ROI(투자수익률)가 낮은 소셜미디어보다 구매전환율이 높은 광고 매체를 선호하게 된 광고주의 니즈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소셜미디어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고, 쇼핑 시 검색엔진보다 쇼핑몰 검색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경향도 맞물렸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자신을 브랜드의 웹사이트로 유도하는 광고를 싫어한다. 이러한 광고는 웹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던 소셜미디어 앱 또는 웹페이지를 떠나게 만들어 이용자의 소셜미디어 사용 경험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전에 검색 엔진인 구글보다 아마존이나 월마트와 같은 유통 업체에서의 제품 검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검색 엔진에서 상품 검색 후 소매업체에서 상품 구매’였던 인터넷 쇼핑 패러다임이 ‘소매업체에서 상품 검색 후 구매’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KCA Media Issue&Trend Vol.49


어떤 기업들이 RMN을 활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월마트는 자회사인 ‘월마트 커넥트(Walmart Connect)’를 런칭해 RMN을 판매하고 있다. 자사의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웹사이트는 물론 매장 내 계산대와 디스플레이 화면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제품 및 브랜드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더불어 광고 도달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로쿠, 틱톡, 스냅과 파트너십을 맺어 광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소매업체와 광고주 사이에서 RMN 거래를 중개하는 기업도 있다. 개인화된 맞춤 리타겟팅 디스플레이 광고를 제공하는 미디어 회사였던 크리테오(Criteo)는 최근 RMN을 대량 구매해 광고주가 소매 미디어를 대규모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올인원 셀프서비스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광고주는 성과를 측정하고 최적화하면서 여러 소매 미디어 네트워크에서 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다. 크리테오는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인 월마트, 타깃, CVS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이들의 RMN을 광고주에게 중개 판매하고 관리하고 있다.


RMN의 전망과 한계는 어떨까?

소매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구입은 온라인에서 하는 ‘쇼루밍(showrooming)족’과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게 오프라인 채널은 미국의 아마존, 국내에서는 쿠팡과 같은 대형 온라인 소매업체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소매업체들은 RMN의 핵심인 양질의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락인(lock-in) 전략을 확대할 것이다. 고객에 대해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있을수록 고객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 정교한 타기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월마트와 로쿠, 틱톡, 스냅의 파트너십과 같이 현재 RMN 시장에서는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의 도달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또는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이 증가하고 있다. 소매업체는 파트너십을 통해 잠재고객 범위를 크게 확장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파트너십 체결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RMN은 유망한 산업이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RMN은 대체로 서로 비슷한 유형의 광고 상품을 제공하고 있으나, 기업에 따라 고유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며 소매업체별로 고객 유형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르거나 광고 효과 측정 단위가 다를 수 있다. 이러한 광고 시스템의 파편화는 마케터의 업무 효율을 떨어트리고, 플랫폼 간의 데이터 공유도 어렵게 만든다. 이 때문에 RMN을 통해서는 자사 채널에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만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편적인 데이터 접근 방식은 광고주가 고객과의 상호 작용에 대한 반쪽짜리 관점을 갖게 하고, 결국 맹목적인 마케팅 결정을 내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다.


RMN 트렌드의 국내 도입 시의 한계점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RMN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구글과 메타가 큰 힘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더라면 기존에 갖고 있던 막대한 규모의 소비자 데이터와 타겟팅 알고리즘을 활용해 RMN 시장을 점령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에서 가장 큰 광고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커머스 분야에서도 비교적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구매 시점의 광고 노출이나 고객 데이터 확보 등 RMN의 강점 이러한 대형 플랫폼 대비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작성자만의 인사이트는?

*해당 단락은 2주 동안 해당 트렌드를 조사한 작성자의 주관적인 예측을 기반으로 한 의견입니다.


이러한 RMN의 특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RMN 산업의 변화양상에 대한 4가지 인사이트를 도출해 보았다.


먼저, RMN 간의 광고 시스템을 표준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이다.

현재 RMN의 기능 및 입찰, 성과 측정 방식은 각 업체마다 다르다. 광고 기업은 광고주에게 각 RMN의 광고 시스템을 표준화해 주는 이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을 해소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락인 전략과 파트너십을 넘어 RMN의 플랫폼화가 일어날 것이다

국내에 RMN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 소매업체들은 경쟁 심화 상황에서 파트너십을 넘어 진화된 락인 전략의 형태로서 RMN의 플랫폼화를 시도할 것이다. 소매업체들은 콘텐츠 또는 커뮤니티 서비스 등의 서비스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자사의 온라인몰을 원스탑 서비스 또는 슈퍼앱으로 재편해 고객의 웹사이트/앱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소비자 구매 여정에 따른 RMN 미디어 플래닝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미디어 플래닝이란 광고주가 광고를 구매하고 게재하기 전에 광고의 효과를 가늠하고 ROI(투자수익률)를 극대화하기 위해 광고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소매업체들은 이 인사이트를 고객 구매 여정을 분석하여 RMN 광고는 물론, RMN 광고와 연계했을 때 효율적인 오프사이트 광고까지 추천해 주는 미디어 플래닝 상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활용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소매업체는 제휴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할 것이다

자사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소매업체들은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신설하는 대신 자사 온라인몰에 입점해 있는 제휴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오프라인 RMN 채널로 활용해, 광고주가 제휴사의 매장에 광고를 집행할 수 있도록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취득할 수 있다.


마치며

새롭게 등장한 것만이 트렌드가 아니다. 오래전 등장한 RMN은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며 10년이 지난 지금 디지털 광고의 세 번째 물결로 불릴 만큼 주목받고 있다. 하나의 개념 또는 현상을 그 자체만 바라보기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RMN 트렌드가 국내 상황과 어우러졌을 때에는 어떤 양상을 보일지 다각도로 지켜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며 글을 마친다.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김영은

curi060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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