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 vs <더 코리안 셰프>
이번 글은 비슷한 주제를 다룬 KBS와 SBS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글이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어느 정도 글을 썼지만 편수가 3편이나 되니 글의 정리도 잘 안되고 글의 진도가 나가지 않아 늦어졌다.
열 번째 글이었던 KBS의 설특집 <철학자의 요리>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KBS와 SBS가 1월말과 2월 초에 음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한 적이 있다. KBS는 <다큐인사이트>라는 프로그램에서, SBS는 특집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방송했다. presented by SBS 스페셜이라는 크레딧이 있었지만 SBS 스페셜이 정규 프로그램에서 제외된 듯 SBS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되지는 않았다.
SBS 스페셜은 팀은 유지되지만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에서 제외된 듯 싶다. SBS 홈페이지를 뒤져봐도 SBS 스페셜로 방송된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는다. 2025년 2월 18일 방송된 ‘The 빵’이 마지막이다. 사실 방송사 입장에서 볼 때 다큐멘터리는 수익을 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반대로 돈을 많이 쓰는 프로그램이다. 민영 방송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투자하기도 쉽지 않다. SBS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수익을 내는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돈을 벌기 보다 쓰기만 하는 다큐멘터리의 편성을 줄인 것이다. 외부에서 제작비를 받아오지 않는다면 제작이 힘들어진 환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PD로서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이번 글은 KBS의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과 SBS의 <더 코리안 셰프>에 대한 글이다.
방송 정보를 잠깐 살펴보겠다.
KBS 다큐인사이트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
방송일 : 2026년 1월 22일
연출 : 이윤정
내레이션 정형석(성우)
SBS <더 코리안 셰프> 2부작
방송일 : 1부 별의 무게 : 2026년 2월 12일
2부 경계를 넘다 : 2026년 2월 19일
연출 : 홍석준, 정순구, 김예진
내레이션 : 신하균(배우)
다시 보기 : SBS는 유료로 다시 보기가 가능하며 넷플릭스에서도 스트리밍이 가능함.
방송일 전에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 2> 스트리밍을 끝냈고, 시즌 2 역시 화제를 모으고 있던 때라 시의성이 높았다. KBS의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나 SBS의 <더 코리안 셰프>가 <흑백요리사 2>의 흥행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했거나, <흑백요리사 2>의 스트리밍에 맞춰서 제작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흑백요리사 2>가 심사위원인 백종원 씨의 문제로 스트리밍이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긴 제작 시간이 필요한 다큐멘터리의 제작 특성을 미루어 볼 때 KBS나 SBS 모두 <흑백요리사 2>의 스트리밍 이전에 기획과 제작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S의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의 경우 여름에 촬영한 영상이 있어 기획은 그보다 오래전이었을 것이라 짐작하게 한다. SBS의 <더 코리안 셰프>의 경우는 <흑백요리사 2>가 한참 스트리밍 중에 촬영을 한 흔적이 보였다. 준우승을 한 이하성 셰프의 개업 이야기가 소개 됐는데 <흑백요리사 2>가 스트리밍 중임을 알 수 있다. KBS와 같은 촬영 로케이션인 뉴욕 셰프들의 텃밭 씬은 KBS는 여름이었고 SBS는 눈에 덮여 있는 겨울 모습으로 KBS의 기획이 먼저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텃밭의 농사는 겨울에 눈이 덮인 다음에는 촬영할 내용이 거의 없다. 눈이 덮인 겨울 텃밭 장면은 기획이 늦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KBS의 시스템 덕택이다.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연출자인 이윤정 PD는 뉴욕 PD 특파원이다. 그래서 뉴욕이라는 공간에서 긴 시간 동안 제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본사에서 제작을 했다면 스태프들의 왕복 항공료와 체재비 등에 많은 비용을 투여했겠지만 뉴욕에서 제작을 했기 때문에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KBS와 SBS 다큐멘터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핵심적인 단어 ‘Michelin’을 어떻게 읽고 쓰느냐의 문제이다. 하나의 말이지만 KBS와 SBS가 다르다. KBS는 ‘미쉐린’을 SBS는 ‘미슐랭’을 택했다. 원래 프랑스의 타이어 업체인 미슐랭이 시작한 것이니 미슐랭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들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미쉐린이라고 미국식으로 발음하고 표기하고 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고 선택의 문제라고 보인다. 나는 ‘미쉐린’을 사용할 것이다.
두 번째는 KBS의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의 경우 식당의 이름을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 반면 SBS의 <더 코리안 셰프>는 식당 이름의 경우 오디오는 다 살려서 밝혔으나 자막은 한 글자 정도 가렸다. 이는 간접광고에 대한 심의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생각외로 이 부분은 SBS가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것은 SBS의 <더 코리안 셰프>는 넷플릭스로도 스트리밍을 하고 있는데 넷플릭스에서도 지상파 버전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할 생각이었다면 심의에서 자유로운 넷플릭스용으로 다시 만들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KBS의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은 서브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뉴욕’이라는 공간에 집중한다. 한국이 아닌 공간, 그것도 세계적으로도 좋다는 것이 몰려 경쟁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서 맛으로 정평이 나 있는 다른 나라 음식과 경쟁하는 셰프들이 이야기가 잘 녹아들었다는 느낌이었다. 한인 셰프로 ‘한식’을 파인 다이닝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도전기였다.
한식이 한류 문화의 전파에 힘입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도 이제는 낯선 음식은 아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김치, 불고기, 떡볶이, 라면 등을 만들어 먹는 영상들이 온라인에 넘쳐날 정도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파인 다이닝은 패션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른바 ‘명품’과 같은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은 파인 다이닝 쪽에서 확고한 영역을 갖고 있는 프랑스,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도전자로서 승부수를 던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파인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소수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에 이들의 도전이 의미있게 전달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뉴욕이라는 공간은 지극히 미국적인 공간이지만 다양한 국적이 섞여 다양성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은 뉴욕의 한인 셰프들이 ‘한국적’인 것을 요리에 담아내려는 노력하는 모습, 자기 요리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습을 잘 담아냈다. 셰프들이 함께 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 단지와 메주라는 식당의 오너 셰프인 후니 김 셰프가 발효에 천착하는 모습 등이 잘 그려졌다.
신창호 셰프처럼 뉴욕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토종 한국 셰프와, 후니 김처럼 이민자 출신의 셰프, 원래는 요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뉴욕으로 이민와서 생계로 설렁탕집을 연 문낙규 셰프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셰프들을 잘 담아냈다.
SBS의 <더 코리안 셰프>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곳의 셰프들을 다룬다. <1부 별의 무게>에서는 미쉐린 3스타를 받은 강민구 셰프와 실력은 있지만 단 하나의 별도 받지 못한 임기학 셰프, 미쉐린 스타를 받기 위해 손님이 제법있는 식당을 접고 파인 다이닝에 도전하는 이용우 셰프를 통해 ‘별’ 즉 ‘미쉐린 스타’란 것이 세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한다.
<2부 경계를 넘다>에서는 미국에서 도전장을 던진 한국인 셰프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브타이틀인 <경계를 넘다>에서 보이듯 한국을 넘어 새로운 지역에서 성공하고 도전하는 셰프들의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이미 미쉐린 2 스타를 받았지만 뉴욕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 다시 미쉐린 2 스타를 받은 신창호 셰프, 미쉐린 2 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박정현/박정은 부부 셰프, 그리고 새로이 식당을 열며 준비하는 이하성 셰프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더 코리안 셰프>라는 서브 타이틀이 주는 느낌은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셰프들의 이야기 일것이라는 것이었지만 의외로 한국과 미국의 이야기이고 다른 곳은 없었다. KBS의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은 서브 타이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명확하게 언급한다. ‘뉴욕’과 ‘한식 셰프’다. 반면 SBS의 <더 코리안 셰프>는 서브타이틀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1부의 셰프는 한국, 프랑스, 호주 등 3 나라의 요리를 배운 셰프들의 이야기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에서도 파인 다이닝 이전에 한국에는 미식이 없었다는 인터뷰나, 한식의 가치를 새로 정의했다는 부분 등 논쟁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 있었으나 글이 길어지니 언급하지는 않겠다.
2부에서는 파인 다이닝에 대한 산업적인 접근도 조금 보이는데 주요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렇다. 최정윤은 한식 연구 사단법인 난로학원 의장이며, 이기현은 핸드 호스피탈리티 창업자로 뉴욕의 한인 셰프들과 함께 레스토랑을 여는 투자자이다, 또한 레스토랑 브랜딩 디렉터인 김혜준은 여러 레스토랑의 개업에 관여한 인물이다. 한식 파인 다이닝의 개척자 그룹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이들은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를 했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열어 오너 셰프가 된다는 것은 셰프가 막대한 재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비싼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인건비, 재료비 등을 감당해야 한다. 뉴욕의 파인 다이닝은 생계라고 하기 보다는 ‘비지니스’ 측면이 강한 레스토랑같다. 2부에 등장하는 이기현은 한식 파인 다이닝의 상업성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투자자로 보인다. 이기현은 한인 셰프들이 미국에서 여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공동 창업자이고 셰프들을 오너 셰프라고 하는 것도 절반만 맞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에서 한 끼를 먹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올 정도라는 사례를 소개하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갖는 경제적 파급력과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살짝 다루는 정도라 본격적인 저널리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파인다이닝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대한 기사가 하나 있으니 이 부분을 더 알고 싶다면 이 기사를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조선일보 : "해외 미식 관광객 유입은 빛, 공정성 논란은 그림자" 2026.03.07.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6/03/07/N7VZ2JOCMRE4LNSB7HX45LLRSQ/
이제 한식이 대중적인 요리에서 최고급 요리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다큐멘터리들이 만들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한식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창의성으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는 셰프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볼 수 있어 좋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들은 여러 질문들을 생각하게 한다.
주관의 영역인 ‘맛’을 객관적인 점수로 등급, 순위를 매기는 것은 타당한 것인가? 미쉐린의 별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미쉐린의 별은 이른 바 ‘서울 3대 냉면’, ‘서울 5대 탕수육’과는 무엇이 다른가?
한식 파인 다이닝에서 서비스하는 요리들은 과연 한식인가? 한식의 재료, 요소가 들어가 있으면 한식인 것인가? 한 끼에 수십만 원을 내야 하는 파인 다이닝이 성공이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는 것만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 ‘먹는 사치’가 물건을 사는 사치보다 더 비싼 사치라고 생각한다. 물건은 구매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요리는 혀가 즐겁기는 하지만 먹고 나면 남는 것은 없고 경험과 기억, 그리고 배설물만 생길 뿐이다. 물론 맛에 대한 경험과 기억의 가치를 낮게 보는 것도 아니고 최고의 요리를 만들려고 하는 셰프들을 폄하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이 다큐멘터리들을 보는 내내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슈퍼 다이닝: 뉴욕의 한식 셰프들>, <더 코리안 셰프>, 그리고 <철학자의 요리> 등에서 소개된 한식 파인 다이닝의 요리와 사찰음식은 보편적인 음식이 아니다. 파인 다이닝에서 서비스되는 음식은 수십만 원의 비용을 낼 수 있는 사람을 위한 요리이고, 사찰음식은 수도자들의 음식이다. 특별한 음식이고, 쉽게 볼 수 없는 음식들이라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시청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