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에세이) 38. 물어보고 살걸
모르면 묻자
"탁구종합병원"
[롱다리 박 탁구 클리닉 ] -
[ 탁구 에세이 ]
▶ 옹(똥) 고집
--> 16년 전 새롭게 시작한 탁구. 한참 젊은 혈기가 있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탁구에는 진심이었다. 1주일 동안 지켜보면서 내린 엄청난 결정이었다.
나는 남들이 다해도 내가 싫으면 절대 하지 않는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전국에 애니팡 열풍이 불 때도 손가락이 살짝 떨렸지만 절대로 핸드폰에 깔지 않았다. "아바타"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내가 탁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 용품 준비
--> 탁구장을 등록하고 집에 와서 생각했다. 운동하러 가면 최소한 나만의 라켓은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 당시에 교통수단이 자전거도 없었다. 그래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녔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대구 전역에 있는 "체육사"라는 곳을 찾아다녔다. 운동 용품은 거기밖에 없는 줄 알았다.
더운 여름날 지하철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찾아다녔다. 러버가 붙어 있는 라켓을 몇 가지 볼 수 있었는데 마음에 안 들었다. 마음에 안 드는 세부적인 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단순히 사장님의 친절도와 적당한 가격이었다.
마음에 안 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른 곳을 또 찾았다. 그렇게 며칠을 다녔다. 그러던 중 반고개역 근처체육사에 들렀다. 사장님께서 소중한 것을 찾듯이 사다리를 가져오셔서 꼭꼭 숨겨 놓은 듯이 높은 곳에 있는 탁구 라켓을 꺼내 주셨다. 그중에 금액도 꽤 비쌌다.
라켓을 꺼내서 확인해 보았다. 잘 모르지만 뭔가 좋아 보였다. 음~ 탁구 시작도 안 한 초보였지만 마음에 들었다. 8만 원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장님의 인심으로 깎아줘서 거금 8만 원을 주고 나왔다. 날은 더웠지만 정말 뿌듯했다. 역시 세상은 간절히 원하면 도와주는구나 생각했다. 드디어 나만의 라켓이 생긴 것이다. 이제 제대로 탁구를 시작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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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의 소중함
--> 다음날인가 소중한 라켓을 챙겨서 탁구장으로 향했다. 몸은 가볍고 컨디션도 좋았다. 구장에 들어서면서 인사를 하고 바로 관장님께로 갔다.
관장님께 운동을 위해서 하나 장만해서 왔다면서 어깨를 으쓱하며 보여주었다. 관장님은 5초 정도 보시더니 한마디 하셨다.
"아... 어디서 샀쓰요? 이 라켓은 못쓰요."
아차, 뭐가 잘못됐을까. 몇 날 며칠 더운 날 고생을 왜 한 것일까.
불쌍하게 보였을까. 결국 나는 운이 좋게도 관장님이 쓰시던 상당히 괜찮은 중고 라켓으로 탁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진작에 물어보고 살걸.
*** 그 당시 라켓은 라버가 붙어 있는 라켓. 일체형이었다. 동호인들은 러버의 수명 때문에 나무와 러버를 따로 사서 붙여 쓰는데 일체형은 나무의 질도 좋지 않고 러버 수명이 다해도 교체가 어렵다. 러버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
또 앞쪽의 빨간 고무, 즉 러버는 끈적임이 살짝 있는 점착성이 러버의 생명인데 내가 산 라켓은 처음부터 얼음처럼 미끄러웠다. 이미 수명이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신발 밑창이 달아 문드러진 신발을 돈 주고 산 것이다. 화가 나지만 다 무지했던 내 탓이다.
문뜩 생각난 것이 있는데 군대에서 대대장이 2만 원에 일체형 라켓 2개를 사줬을 때 전우들과 함께 우리 대대장 같은 사람 없다고 만세를 불렀었다. 모르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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