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에세이) 39. 탁구에서 절망을 느낀 순간
(ft. 겸손, 도전)
"탁구종합병원"
[롱다리 박 탁구 클리닉 ] -
[ 탁구 에세이 ]
▶ 가벼운 실망은 매일 느낀다
-->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탁구게임에서 실력차이에 따라서 핸디를 주고 하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주면 언제든 게임에서 질 수 있다. 나는 1부가 되면 한쪽 눈 감고서도 쉽고 편하게 게임을 할 줄 알았다. 초보시절 1부들은 그렇게 보였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힘들었다. 젖 먹던 힘까지 써야 한다.
그래도 패하는 경우에는 속이 쓰리다. 인사를 하고 가볍게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다.
내가 아무리 부수가 높아도 패하면 속이 쓰린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패했을 때 조금 더 실력이나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맞지만 기분은 역시 좋지 않다. 하지만 절망까지는 아니다.
--------------------
▶ 실력 향상 과정
--> 나는 탁구를 5부 때부터 시작했다. 초심 부가 따로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5부로 시작했다. 몇 개월 힘들게 훈련을 해서 구청장 시합을 나갔었다. 힘겹게 예선을 통과 후 바로 탈락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3구 공격이 잘 되어서 졌네.(물론 다른 게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던 시절) 그럼 3구 공격을 연습하자!"
그래서 3개월 정도 시합을 나가지 않고 탁구장에서 3구 공격위주로 집중훈련을 했다. 3개월 후 다시 시합을 나갔다. 힘겹게 예선을 통과 후 본선 2회전쯤에서 탈락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수비가 잘 안 돼서 지다니.(잘되는 게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수비 연습하자!"
그래서 탁구장에서 수비를 3개월 정도 시합도 안 나가고 훈련을 했다. 그렇게 훈련하고 나간 시합에서 성적을 거두어 4부가 되고 3부가 되고 2부가 되었다. 2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 선수하고 게임을 할 때 필요한 기술을 더 훈련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2부 시합에서 준우승, 그다음 해 우승으로 1부로 승격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성과이고 매우 기쁜 순간이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가진 않았다.
------------------------------
▶ 희망이 없는 벽을 느끼다
--> 많이 설레고 떨었던 대망의 1부로서 시합에 첫 출전하였다. 상대는 일본식 펜홀더전형이고 예전 선수 출신이었다. 그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게임을 시작을 하였다. 그런데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경기는 무기력하게 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겪었던 패하고는 달랐다. 나는 아직 그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앞으로 평생 동안 운동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탁구에 올인하더라도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희망의 벽이 아니라 오를 수 없는 희망이 없는 벽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절망감이었다. 너무 큰 실력차를 느끼고 말았다. 그 당시에는 그 벽이 너무 높아 보였다.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는 의욕이 떨어졌다. 그래서 몇 개월 또 슬럼프를 겪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탁구는 나의 몸을 지켜주는 운동이다.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즐기면서 열심히 해보자."
시간은 지났지만 상대가 나보다 탁구에 투자한 시간이 월등히 많았고 기본기도 좋았다. 내가 쉽게 상대하는 것은 욕심이었다.
나는 성장하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느낀다. 내 앞에 높은 벽이 있더라도 나는 나의루틴데로 줄넘기와 스윙연습, 매일 먼지 쌓이듯이 실력을 쌓아보기로 결정했다.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말이다. 그렇게 다시 운동을 즐기게 되었다.
------------------------------
▶ 부수별 실력차이
--> 5부는 시냇물이라고 하면 4부는 개울. 3부는 하천. 2부는 강. 1부는 바다였다. 1부에서는 가늠할 수 없는 실력 차이가 났다.
서로 실력이 초심부 간에는 핸디 차이가 많이 난다. 진흙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본기를 빨리 쌓아서 진흙탕에서 벗어나야 한다.
운전을 오래 해도 습관이 초보를 못 벗어난 경우처럼 수십 년 동안 탁구를 즐기더라도 즐긴 만큼 실력이 향상된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운동한 구력은 무시 못한다. 기본기가 덜 갖추어져서 실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 요령은 상당할 것이다. 그만큼 구력 때문에 어렵다.
서로 4부간에는 조금 줄어들고, 3부간에는 격차가 더 좁혀진다. 2부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1부간에는 선수 출신과 함께 게임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격차는 있지만 핸디가 다시 수십 개로 늘어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5부에서 탁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느낌을 1부에서 받는 느낌이었다.
예전 경기도에서 열린 오픈대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참가자격에서 지역 몇 부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지역에서도 상위부수가 되어야 겨우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정도로 상수로 갈수록 그 실력의 편차는 심하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 더 겸손해졌다. 초보의 위치에서 1부를 볼 때 우러러볼 수 있다. 1부 본인도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력을 숫자로 표현하면 1000이 생활체육에서 최고실력이라면 1 부지만 이제 100을 겨우 넘어섰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시 시작이다. 그래서 지금도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나는 아직도 더 높은 곳을 경험해 보고 싶다.
나는 세계최고가 되고 싶지만 나만의 위치가 있다. 한나라의 국가 대표가 되어서도 중국선수와 게임은 쉽지 않고 중국선수끼리의 경쟁은 더욱 심할 것이다. 세계 1위도 최선을 다하지만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본인만의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모든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
## 나는 1부가 되어서도 하수분들이 도전을 하면 언제든 받아준다. 예전에 같이 운동했던 초보자 분들을 어디서든 만나게 되면 즐겁게 게임에 임한다. 내가 1부가 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선생님, 스승이 되어준 덕분이다. 잘하든 못하든 모두가 스승이다. 모두가 나의 실력을 향상하는데 이바지하였고 영향을 끼쳤다. 혼자 잘한 것이 아니다. 하수와도 즐겁게 게임을 즐기는 상수가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상수가 하수하고 공을 칠 때 항상 봉사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력에 맞추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필요한 것, 내가 해야 하는 것을 연습을 할 뿐이다.
예를 들어 포핸드 롱을 할 때는 하수가 눈을 감고 있어도 공이 맞을 만큼 나는 정확하게 주려고 코스 연습을 하고, 게임을 할 때는 평소 게임에서 잘 안되던 공격 패턴, 시스템 등을 하수하고 공을 치면서 연습을 한다. 하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습이기도 하다. 승패보다 본인이 부족한 것을 연습할 뿐이다.
그러니 하수는 상수가 항상 봉사한다고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
의외로 초보이지만 상수에게 지기 싫거나 쉽게 패하는 게 싫어서 도전하지 않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게임해 봤자 패할 가능성이 높아서 도전자체를 꺼리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점수가 낮을까 봐 시험을 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수많은 도전과 패배를 경험하지 않은 상수는 없다.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본인의 위치, 기술의 완성도를 평가해 보고 더불어 상수의 경험을 느껴보길 바란다. 도전하지 않고서는 상수가 될 수 없다.
만약 자존심 때문에 도전하지 않은 것이라면 평생 우물 안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은 탁구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등 그 사람의 삶의 모든 곳에서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서로 같이 연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수에게 도전하자. 당당하게 상수에게 부탁하자.
<Copyright ⓒ 2023 by 배울수록 즐거운 롱다리박 탁구 클리닉,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