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을 가지고 전시회를 엽니다
4월, 바람에 벚꽃이 떨어지고
봄을 아쉬운 마음으로 잡고 있을 때
대구청년센터를 대관하여
'내가 사랑해야만 하는 것들'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를 열게 되었던 것은 나의 두 번째 에세이
'내가 사랑해야만 하는 것들'이라는 에세이를
집필 중인데 전시회에 온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기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독서 문화와 글쓰기 문화를 전시회를 통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며 재미를 느끼게 하여 사람들이 조금 더
책을 읽는 즐거움, 글을 쓰며 깨닫는 마음을 경험하였으면 그래서 이 좋은 책들과 좋은 글들이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다.
무언가를 전할 때, 전하는 이는 항상 간절하고 늘 진심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열심인 것들을
알리고 싶은 순수한 마음은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그럴 거다. 하지만 전하는 이가 절실해도 받아들이는 이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닫힌 마음에 무언가를 전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다. 받는 이의 입장을 생각해 그 마음을 똑똑 두드리고 열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전할 것을 고스란히 꺼내어 줄 수 있으니까. 닫힌 마음을 열고 연 마음에 내 것을 전하는 것. 이런 소통의 일은 늘 어려운 일이다.
전시회는 15-18시 총 3시간 짧은 시간 열었는데
총 20명의 시민분들이 방문해 주셨다. 20명의 시민분들과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전시회 취지와 작품 코너를 설명하고 시민분들에게 내가 준비한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들었다. 20명의 시민분들의 이야기이기에 다양했다. 단 한분도 겹치는 이야기 없이 그들만의 독립적인 색깔과 삶이 있었다. 각자만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20명의 시민들의 이야기에 서로 하나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였다.
아픈 이야기에는 함께 눈시울을 붉혔고 기쁜 이야기에는 함께 웃었다. 왜 그럴까?
답은 하나밖에 없다. '사랑'이다. 우리는 다 서로의 삶을 사랑하고자 애를 썼다. 사랑을 하기 위해 힘쓴 사람들이 모였기에 이야기가 달라도 그 결을 만지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 전시회는 내가 사랑하기 어려운 모습, 순간까지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는다. 예쁘고 귀여운 것, 소중한 것들을 사랑하기란 쉽다. 하지만 내면의 깊은 상처, 사람과의 관계로 생긴 트라우마, 고통, 사랑하려야 할 수 없는 나의 못난 가족, 애인, 나도 사랑할 수 없는 나의 단점, 피부 콤플렉스 등.. 쉽게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가 통제할 수 없이 존재하는 것들을 사랑하기 어려워 스스로를 학대하듯 비판하고, 주변으로부터 마음의 바리케이드를 치고 많은 시간을 고독함과 외로움으로 삼킨다. 쓴 맛이 나는 상처와 다시는 빠지고 싶지 않은 어둠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시간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해독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어둠이 있어서 빛을 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일으킬 말을 찾고 다시 빛으로 걸어 나오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전시회는 영상존, 소개존, 전시존, 체험존을 순서로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영상존에서는 전시회의 영감이 되었던
'가시망토를 쓴 소년' 영상 시청을 시작으로 문을 연다. 이 영상은 '내면아이'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한 소년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마음이 텅 빈 채로 세상을 살아간다. 빈 마음을 채우려고 눈에 보이는 휴지로 욱여넣지만, 채워지지 않고 휴지들은 볼품없이 초라하게 밖으로 떨어져 나간다. 채우려 노력했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건 진짜 채워야 할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년은 빈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수치스러운 마음을 속으로 감추며 세상을 나가지만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이 쉽지 않다.
결국 낭떠러지에 떨어져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그러다 어린 시절의 상처 많은 자신을 마주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따가운 상처를 보고 지나가고 밟고 무시하지만 주인공 자신만은 그 따가운 것을, 고통스러운 것을 안아주기로 결심한다.
안아주기로 결심하고서야 비로소 채우려 했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마음이 채워진다. 아주 꽉.
주인공은 본인 스스로도 채워진 마음이 꽤 마음에 드나 보다. 그러고 영상은 끝이 난다.
영상시청이 끝난 후, 시민들에게 전시회의 취지를 소개하며 질문을 던진다.
"이 영상은 제가 '내가 사랑해야만 하는 것들'이라는 전시회를 열게 된 영감의 시초가 됩니다. 전시회는 이 영상의 메시지처럼 나의 지나간 아픔 상처들까지도 돌아보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휴지와 가시가 보이는데 00님의 삶에서 휴지 같은 것과 가시는 어떤 것일까요?"
나의 질문에 시민들은 저마다 쑥스러워하며
본인의 휴지 같은 것들과 가시를 꺼낸다.
"제게 휴지 같은 것은 유튜브인 것 같아요. 사실 일을 끝나고 돌아오면 딱히 할 것이 없어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근데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하지 않으면 뭔가 내 인생이 잘못된 것 같고. 그냥 습관적으로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등을 보는 것 같아요. 계속 보고 있으면 시간이 그냥 가있더라고요."
"제게 가시 같은 것은 아버지의 부재요. 없을 수도 있는 건데 저한테는 빈자리가 컸어요. 그리고 사회생활을 할 때 혹시나 아버지의 부재 때문에, 내 모난 모습이 형성된 거라고 그럴까 봐 편견이 싫어서. 완벽하게 살려고 했고 일에 집착을 했고 성공하는 모습으로 스스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어요. 남들은 제가 힘들고 어려운 것도 잘 이겨냈다고 잘 살고 있다고 저를 부러워하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아버지의 부재가 저에게는 사랑하기 어려운 가시 같은 부분이에요. 어떻게 이겨야 할지 모르겠네요."
사람들의 공감은 사람의 입을 열고 말소리가 나야 시작된다. 속에 있는 아픔을 밖으로 꺼내지 않고서는 절대로 내 마음을 세상과 나눌 수 없다. 상처와 아픔은 감추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꺼내면 부끄러운 것들이 아니다. 꺼내서 안아줘야 하며 돌보고 치료해야 한다.
여러분에게 휴지 같은 것들과 가시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