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영어가 늘면 안 보내는 부모 없다
우리는 뭘 배웠을까? 생각해 보니,
첫째는 당연히 ‘영어’다. 영어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니, 자연스레 필요에 의해 할 수밖에 없다.
어학당에서 민도르섬으로 2박 3일 여행을 갔다. 아이들에게 물안경을 사주겠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자고 했는데, 급한 마음에 아이들이 가진 100페소로 각자의 물안경을 사 왔다. 이제 초1과 초4를 앞두고 있는 아이들에게 터무니없이 작은 물안경이었다. 당연히 교환이 안될 거라고 생각해서 길이를 조절하려고 했더니 고무줄이 탁 끊겼다. 오랜 기간 팔리지 않아 부식이 된 것을 보니 화가 났다. “가서 바꿔오든지 환불해 와!”
휴양지에서 물건을 잘 바꿔주지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들이 시무룩해서 돌아올 줄 알았다. 상점에 다녀오더니 물안경을 들고 오면 바꿔주겠다고 판매자가 말했다고 한다. 뭐라고 했어?
“water glass broken”
그 말을 듣고 판매원이 “Can I see? I will chage.”라고 알아들은 만큼 전해준다. 부식된 물안경을 들고 가니, 그녀가 군말 없이 바꿔준다.
이 에피소드 이후로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스스로 주문하라고 했다.
어법에 맞는 말을 아직 구사하지 못하지만, 뭣이 중하냐! 급하면 다 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째는 ‘영어로 말하는 나의 태도’이다.
처음에 그랩으로 목적지로 이동할 때 나의 말이 떨렸다고 아이가 말한다. 긴장되었다.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오해가 생기면 어쩌지? 자신 없는 나의 태도를 상대방도 알아차렸으리라. 그러니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그랩을 탔는데, 그랩기사가 톨비를 내야 하는 스카이웨이로 길을 잘 못 들었다. 이런 경우 나는 “why?”라고 반문하지만, 그가 당연히 나의 주머니에서 톨비를 받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돈이 없다는 말을 하거나,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면 석연치 않게 지불한다.
어학당에서 만난 언니는 나와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한국말로 ‘못줘. 네가 잘 못 들어갔잖아.” 그녀의 한국어는 당연히 헛스윙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언니는 당당하게 “분위기로 다 알아들어.”라고 말한다. 역시나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그랩기사는 톨비를 받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유레카였다. 나의 짧은 영어가 안 통하면 어쩌지? 저 사람이 내 말을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전전긍긍하는 나의 태도를 상대는 이미 간파했으리라. 대화를 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를 할 때 영어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나의 당당한 태도로 시작해야 동일 선상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셋째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아이들은 화장실이 하나인 집으로 이사 왔을 때, 동시에 두 명 이상이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누군가는 참고 기다려야 되는 것이 불편했다. 예전 집에 비해 노후화된 집을 불평했다. 나 역시도.
마닐라의 Bagong Barrio 로컬시장에서 만났던 일부 아이들은 발이 새카맣고 부어있어도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제대로 씻지 못한 모습, 오래 입은 듯한 옷을 보며 아이들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 나누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감사를 배웠다.
친구들이 가진 것, 다니는 학원 등등을 아이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곁눈질하며 나의 모습과 견주었다. 챗바퀴도는 학원, 방과 후 수업, 혹시나 도태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전전긍긍하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졌다. 급변하는 시대에 아이들이 더불어 살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