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티끌 가려진 큰 구슬
Darwin이라는 남자 선생님은 원래 첫 수업에 결석한 어떤 선생님을 대신한 서브 선생님로 만났다. 나의 4시간의 영어수업은 쓰기, 듣기, 읽기, 말하기 수업으로 정해졌다. 영어로 글을 쓸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말을 유창하게 하고 싶은 욕구에 집중하고 싶어 쓰기 시간을 말하기로 바꾸었다. 말하기 2시간, 읽기 1시간, 듣기 1시간으로 시간표를 바꾸었다. 쓰기 선생님에서 말하기로 바꾸니 서브 선생님으로 한번 만났던 T. Darwin이 선생님으로 배정되었다.
변경된 수업 첫날, 선생님은 자기를 선택해 줘서 고맙다고 한다. 앗, 그냥 내 필요에 따라 과목만 바꾼 것뿐인데. 오피스에서 내가 특별히 선생님을 선택한 걸로 좋게 포장해 주셨고, 덕분에 Darwin은 기분 좋게 나를 가르쳐줬다.
애니메이션 Soul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을 닮았다. 그의 발음은 특이했지만, 투덜대거나 후회되는 것들을 이야기하면 진심을 담아 위로해 주었다. 수업내용을 이야기하다 삼천포로 빠지는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덕분에 지난날 후회된 일들을 되돌아보며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 행운을 누렸다.
항상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매일 하루 50분 수업 중 그는 수업 종이 울려도 한참 있다 교실로 들어왔다. 어쩌다 한 두 번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각이 일상화가 되었다. 처음에는 미안하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3분을 계속해서 늦으니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가족연수를 간 나는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이 주목적이었지만, 나의 수업도 중요했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매일 3분 지각이라니!!
'수업에 자꾸 늦다니 내가 만만한가?'
'지난번에 늦어서 괜찮다고 해서 진짜 괜찮은 줄 안 건가?'
'내 아이들 수업에도 이렇게 늘 늦는 선생님들이 있을까?'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념들.
그의 지각이 일주일 정도 지속되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도 늦었네. 수업 종 치고 3분 지났어.'
정색하며 말했더니 왜 화가 났냐며 넘어간다.
속에서 훅 화가 올라왔다.
왜 화가 났냐니!!
매일 3분 늦는다고 말했잖아.
미안하다고 해야지!
부글부글.
어느 날, Darwin 선생님이 연속 삼일을 결석했다. 덕분에 다른 서브 선생님을 만났는데,
이 선생님은 50대쯤 된 여자 선생님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느라 진도를 못 나갔다.
첫날은 신이 나서 듣고 질문도 쏟아부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이삼일이 되니 지루해졌다.
Darwin 선생님이 나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탁월한 실력이 있는 Good Listener라는 것을 그녀 덕분에 깨달았다. 경청이 좋은 질문으로 이끌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여전히 3분 늦은 Darwin.
그에게 말했다. 매일 3분 늦는다고 까칠하게 대해서 미안하다고.
선생님이 없던 시간 동안, 다른 선생님과 수업을 하며, 얼마나 Darwin 선생님이 훌륭한 사람인지 알았다고. 나의 스토리를 이끌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학생에게 동기부여하고 집중을 이끌어 내는 재능이 탁월하다고 했다. 선생님의 직업에 굉장히 유용한 능력이니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50분을 지루하게 수업하는 것보다,
3분 지각을 하더라도 나머지 47분을 즐겁게 신이 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가졌다.
잃어봐야 소중함을 아는 것인가.
정각에 들어와서 50분을 꽉 채우는 선생님을 기대한다.
배우는 나는 현재 상태가 어떤지, 어떤 자세로 앉아있는지 알아차리는 것 보다 마주하는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치는지 오늘은 어떤 기분인지를 더 잘 보인다. 나의 모습은을 가린 채 모든 것이 완벽하길 상대에게 기대했다. 그의 작은 티끌을 크게 받아들여서 선생님이 가진 장점을 가리던 나의 옹졸함을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