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 진짜 최선일까
첫째는 조용한 사교형이다. 일정시간 탐색 시간이 필요하다. 그 탐색기에는 어떤 사람은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둘째는 말을 잘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외국, 낯선 사람 앞에 서니 쑥스러워한다. 그 불편함을 어쩌지 못해 엄마인 나에게 주먹 쥐고 펀치를 날린다.
처음 수업은 배정해 주는 대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없었다. 어련히 알아서 배정해 주시겠어?라는 믿음이 있었다.
첫날부터 만나지 못한 선생님도 있었다. 중간중간 선생님의 개인 사유로 결석을 하면, subteacher를 만난다. 모르는 사람과 새로운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길지 않은 연수기간이니 지난한 탐색기를 거치는 것을 시간낭비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선생님이 들어오지 않아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막연히 기다린다. (이건 어른인 나도 마찬가지.) 10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아이가 나를 찾아올 때면 마음속에 화가 올라온다.
시행착오를 하고 싶지 않은 강한 욕심은 낯선 환경에서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것에 화를 돋울 뿐이었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르게 된 데에는 아이 둘과 복작대던 방에서 나와 새벽 6시에 운동장 트랙을 돌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유명한 지역의 스파르타 어학원으로 유명한 곳에 아이를 보냈다는 지인 이야기를 해주는 미스 완다. 선생님들이 주어진 진도만 나가고,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수업 시간에 나갈 진도도 있겠지만, 수업 내용 이상을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더 공부하지 않고 싶은 안일함도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수영도, 다양한 주말 액티비티도 중요하지 않은 나에게는 미숙한 영어 실력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을 견딜 수 없기에 이곳에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대학부설 어학당이라 선생님들은 모두 실력이 검증된 사람들이었다. 비수기에는 별도로 시험을 치르고 수업 내용을 스터디를 통해 따로 더 공부한다는 것을 오히려 한국에 와서 한 선생님께 화상영어를 배우다가 알았다.
(개인적인 경험과 이야기니 검증되지 않은 사실임에 참고만 하시길 미리 말씀드립니다.)
오후 수업은 나와 둘째가 나란히 옆 강의실이다. 한창 수업에 열을 올릴 때 둘째가 나를 찾아왔다.
“엄마, Ces 선생님이 아직 안 왔어.”
“뭐????”
혼자 강의실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게 무섭다고 쉬는 시간 내내 나를 붙잡는 아이인데, 50분 수업 중 10분이 지나도록 안 오시다니! 게다가 매 수업시간 강의실을 체크하며 수업태도나 상황 체크하는 직원분은 이 날 따라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피스로 한 층 올라가는 길에 부하가 치밀었다. 결석을 했다면 미리 연락을 받았을 텐데, 오후 수업에 이렇게 어린아이를 혼자 내버려 두다니 선생님도 오피스 직원들도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오피스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옆에 있는 선생님을 불러 아이의 서브 티쳐로 만들어 주신다. 오피스 이동 시간 5분, 선생님이 안 왔다는 상황보고와 선생님 배정까지 최소 5분, 아이의 대기 시간 15분. 그렇게 아이의 선생님이 결근을 하시는 바람에 30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날려먹었다.
그렇지만 나는 딱히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니 어쩌다 한 번 이렇게 되는 일은 so cool하게 넘어가야 다음 수업에 아이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에.
다음날 수업 시간에 아이의 방에서 연신 “good!” “nice”가 들린다. 선생님은 칭찬받으며 동기부여하며 열심히 하는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분이었기에 가끔 생기는 해프닝은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Ces 선생님이 다른 직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일주일 간 출근을 못한다고 말한다. 미안하다는 없다. 왜 미안하지 않지? 하루 이틀은 넘어갈 수 있는데, 일주일은 너무 하다고 생각했다! ( 이 날은, 아이가 좋아하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져 아쉬운 엄마 욕심이 더 컸음을 인정한다. ) 그리고 일주일 간 아이는 서브 선생님과 수업을 했다. 그 일주일 간 아이는 선생님과 친해지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 같다.
8주간의 수업 기간, 아이의 선생님은 6주 후에 어학당을 그만두셨다. 일주일 간 다른 선생님과 수업 + 2주간 또 다른 선생님과 수업을 옆에서 지켜보며 부하가 치미는 것을 견디지 못했고, 오피스에 가서 말했다. 이렇게 선생님이 자꾸 바뀌면 아이가 힘들어한다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의 성향에 맞는 선생님을 재배정해주겠다고 하는데, 마음은 불편하다. 또 적응기라니. 8주 기간에서 거의 4주는 적응 기간인데, 거기서 또 2주를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꽤 큰돈을 들여 이곳에 온 마음에 무거움을 보탰다.
어학당 측에서는 아이에게 좋은 선생님은 배정해 주려고 노력을 하셨다. 계속 오피스에 가서 아이에게 맞는 선생님을 붙여 달라고 이야기하고 또 하는 내가 열혈엄마 아니면 진상엄마였을지는 모르겠다. (주니어 연수였다면 수줍어하는 우리 아이들 특성상 선생님이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여 더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을까 짐작도 된다. 혹은 내가 없었다면 아이들 스스로 헤쳐나갔을 테고,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적응했으리라. 쓰다 보니 나의 조바심과 욕심이 큰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아이는 바뀐 선생님도 좋아했다. 일주일 간 Ces 선생님의 공백을 메워준 Cia선생님이었다. 덕분에 큰 리스크 없이 아이는 수업을 잘 완주했다.
불만이 쌓이면, 현재 상황에 주어진 것을 탓한다. 그것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나는 옆 방에서 간간이 들리는 말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전부이다.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선생님에게 밀착수업을 받는 것도 목표이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하는 것도 어학연수를 가는 또 다른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친한 선생님과 익숙한 패턴으로 수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변화를 통해 적응하는 것도 꽤 괜찮은 시도였다.
다음에 가면, 이런 부분은 여유를 가지고 받아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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