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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누가 차리는 건가요?

돌 된 아이 들쳐 안고 여기저기 카페 투어 하기

by 핑크골드

얼마 전 아이가 블로그에 시누의 카페도 포스팅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봤다. 나의 대답은 단호히 세이노.


몇 년 전 갑자기 시누에게 전화가 왔다. 카페를 차릴 건데 인테리어 잘 된 카페를 다녀보고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다. 그때 둘째는 돌 즈음이었다. 유모차도 안 탄다고 바둥거리는 아이라 아이띠를 매고 돌아다녔다. 둘째의 백일 즈음에 디스크가 터진 데다 유모차를 타지 않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아이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카페 투어를 할 여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 심지어 남편과 사이도 나쁠 때였다. 그녀에게 말했다. ‘언니, 저는 그렇게 카페를 다닐 만큼 시간도 돈도 없어요.’


2주나 되었던 시아버지 칠순 기념 해외여행에서 둘째 얼굴을 내내 봐서 그런지, 아이와 떨어져 있기 싫어하던 시어머니는 묘안을 내셨다. 남편이 온천을 예약하면 둘째도 봐줄 겸 다녀오겠다고 하셨다. 온천 여행 후, 그 돌쟁이 아이를 데려다주러 서울로 오신다는 시누이. (그때 그녀의 아이들은 초등학생이었다.)


시누에게 다시 전화가 와서, 나에게 커피 원두 맛집을 알아보라고 했다. 터진 허리 디스크가 시댁 식구에게 누가 되지 않게 최대 하루 2번만 허용된 진통제를 매일 3번 꼬박꼬박 먹으며, 시댁식구와 2주 간의 해외에서 자유시간 5분도 없이 지내느라 기진맥진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그런 그녀의 요청이 못마땅했다. 그러나 아이를 삼사일 봐주었으니, 내키지 않아도 아는 카페 사장님들의 거래처, 네이버 검색, 지인의 지인 가게 등을 찾아서 시누의 원두 공급처를 물색했다.


그녀에서 진작에 “부산도 카페가 많으니, 거기서 원두 공급처를 찾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완곡하게 거절을 했지만, 그녀는 부득부득 서울을 고집했다.


시누가 아이를 데리고 온다는 핑계로 우리는 서울역에서 11시쯤 만났다.

나도 참, 준비성이 없었다. 시누는 당연히 내가 유모차를 가지고 나올 줄 알았는데, 아기띠도 챙겨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챙겨 오지 않은 나에게 그녀는 왜 안 가져왔다고 한마디 했다. 나를 타박하는 말은 아니었다. 둘째를 안고, 택시를 타고 11시에 서울역에서 만나, 홍대, 다시 마포, 공항 근처로 이동을 하며 진을 뺐다. 힘겨운 나를 보며 그녀가 건넨 한 마디.

‘내가 안아줄까?’

‘아니요, 괜찮아요.’

함께 카페를 가는 것은 어렵다고 말하지 못한 내가, 그녀에게 내가 주문하는 동안에만 아이를 안아달라고 부탁한 내가 여전히 짠하다.

주문을 하고 받아온 음료를 테이블에 놓고, 아이를 달라고 하니 선뜻 내 품에 아이를 주던 그녀 탓만 할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어렵게 그녀는 5시 즈음 도착한 마지막 카페에서 원두 거래처를 골랐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그녀가 자기 아버지 칠순 여행에 그랬듯이 카페원두 공급처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오지 않았다는 깨달았다.

어렵게 고른 그녀의 카페의 원두 맛이 좋았던 것은 내 덕이라고 스스로 위로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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