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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는삶 Aug 22. 2022

시도만이라도 즐거웠다

버킷리스트

이번 제주도 가족여행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4박 5일 동안 길게 가보기도 처음이었다. 그 전에도 제주도에 몇 번 가보긴 했지만 2,3일 정도 갔다 왔었다. 4박 5일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여행 스케줄은 아이들이 대부분 짜 놓아서 그대로 했다. 딸내미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맛집과 카페 위주로 투어를 했다. 핫플레이스다운 특이한 인테리어와 뷰가 어우러져서 남편과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았다.


바닷가 곁에 도로를 따라서 이동 중에 남편이 갑자기 서핑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난 옆에서 ‘콜’이라고 외치며 따라나섰다. 아이들 반응은 그저 그랬다. 아빠가 하자니깐 나서긴 하지만 마음속 깊이 원하진 않았다. 바닷가에서 패들보드와 서핑 두 가지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패들보드를 타보기로 했다. 초보자들이 별다른 교육을 받지 않고 쉽게 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각자 패들보드 하나씩을 들고 바닷가로 들어갔다. 나도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고 보드 위로 올라갔다. 처음에는 보드에 누워서 팔로만 노 젖기를 하면서 물놀이를 했다. 그러다가 앉아서 노를 저으면서 파도의 물결 타기를 즐겼다. 물에 빠져도 발이 바닥에 닿는 곳이고 구명조끼를 입고 했기 때문에 물에 빠져도 위험하지 않았다.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잘 잡지 못해서 수도 없이 물에 빠졌다. 그런데 어느 곳에는 큰 돌이나 바위가 물속에 있어서 자칫하다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 있었다. 노를 저어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처음 상상했던 보드 타는 모습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는 보드에 서 보는 것도 시도해보았다. 둘째 딸아이가 점점 보드를 즐기면서 나중에는 꼭 서핑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큰아이는 돌부리가 무서워서 중간에 포기하고 가족들 사진을 찍어주었다. 네 가족이 물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냈다.


내게 패들보드가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은 내가 멋있게 보드를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시도했다는 것이다.

물놀이를 좋아하지만 난 물을 무서워한다. 바닷가에서는 튜브 타고 노는 게 전부인 줄 알았다. 서핑이란 것은 내 인생에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그 정도로 모험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다.

그러나 요즘은 점점 물러나며 살기 싫다.


꼭 성공해서 멋지게 성과를 이루는 것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게 싫다. 예전에는 시작해보려고 꿈도 꾸지 않던 것에 자꾸만 눈길과 마음이 간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내 모습의 틀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내 틀을 계속 만들어가 가고 싶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나를 하나씩 쌓아가는 거다.


보드 한번 시도해본 것으로 뭐 그리 대단한 척하냐고 놀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50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시도와 배움은 다른 것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까지 이끌 수 있다.


사실 이번에 보드를 선뜻하자고 수긍한 것은 얼마 전에 배웠던 수상스키 덕택이었다. 한강에 가서 하루 수상스키를 배웠다.  또한 성공 못했다. 그러나 내가 혼자서 한강까지 가서 두려움을 떨치고 강습을 받아서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내가 얼마나 못하고 두려워하는지 몸으로 느낄  있었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두려움과 무딘 운동신경을 확인했다.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다음에 다시  배우면 되겠구나. 남들보다  많이 배우면    있겠구나. 중요한 것은 내가 발걸음한강 쪽으로 언제든 머뭇거림 없이 내디딜  있겠구나라는 마음가짐이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누구나 두려움이 앞선다. 두려움이 시작조차 못하게 하고 갖은 핑계를 만들게 한다.


내 삶의 버킷리스트가 절로 쌓여가고 있다. 거창한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다. 이루려고 발버둥 치며 열심히 할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왠지 몇 가지만이라도 이뤄낼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부터 잘 짜인 버킷리스트라기보다 하나를 해보니 또 하나가 계속해보고 싶다.

지금 떠오르는 것들이 나중에 바뀔지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 내 안에 담긴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1. 수상스키 타기

2. 바닷가에서 헤드업 수영해보기

3. 발이 닿지 않는 수영장에서 둥둥 떠서 놀기

4. 지리산 등반

5. 한라산 등반

6.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7. 5 킬로미터 달리기.

8. 글쓰기 삶을 이어가기

9. 독서로 한 가지 분야 20권 이상 파고들기.

10. 제주 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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