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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는삶 Aug 24. 2022

아무튼 시작

격리 후 일상을 찾기 위해서

가족여행을 갔다 오고 나서 다다음날 아침부터 몸에 이상 기운이 느껴졌다. 교회를 가려고 준비를 했는데 온 몸이 기운이 없고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성가대와 예배까지 드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예배후 그대로 누워서 잠을 다시 잤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낫질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자가 키트로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양성반응이 나왔다.


다음날도 휴일이었지만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실시했다. 다음날 결과는 역시 양성이었다. 이때부터 슬기로운 격리생활이 시작되었다. 일주일간 집에 꼭 박혀서 먹고 자고 하는 시간을 반복했다. 3-4일 정도는 몸이 아프니 계속 누워있기만 했다. 오래 누워서 허리가 아픈 건지 코로나로 허리가 아픈 건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몸 상태는 점차 좋아졌다. 열도 나질 않고 몸도 움직일 만했다. 그래도 나갈 수도 없고 가족들은 모두 아침이면 외출을 해서 이야기할 상대도 없었다. 넷플릭스와 리모컨, 핸드폰만 붙잡고 지냈다.


격리가 풀릴 때쯤에는 일상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고민되었다. 평소에 하던 운동도 멈춘고 매일 누워만 있어서 체력은 바닥이었다.


1.30분 요가

격리를 마치고 첫날 예전의 신체리듬을 찾으려고 아침 요가를 했다. 아침에 주로 했던 30분짜리 요가 영상을 그대로 했다. 그럭저럭 따라 할 만했다. 남들은 코로나 걸리면 식욕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나는 미각 후가 모두가 정상이었다. 잘 먹어서인지 몸무게도 그대로였다.

요가도 실은 하기 싫었다. 점점 귀찮아졌다. 그러나 오늘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모든 리듬 회복이 어려울듯했다.


2. 글쓰기

다음은 두뇌를 깨우고 싶었다. 멍하니 TV만 몇 날 며칠을 봐서 내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그래서 아침 식사와 설거지를 마치고 집 밖으로 무조건 나갔다. 가방에 책 한 권, 무선 키보드를 챙겨서 동네 카페에 갔다.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무선 키보드와 핸드폰을 연결해서 브런치를 열고 글 한편을 후다닥 끝냈다. 좋은 글이 목적이 아니었다. 작은 성과를 이뤄서 다음 스텝으로 이어나갈 힘을 찾고 싶었다.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니 가슴이 벅찼다. 글 쓰는 게 늘 어렵다. 하지만 한 편 완성을 하고 발행 버튼을 누르면 하루 일과 중 혹은 일주일간 해야 할 일 중 중요한 미션을 수행한 만족감이 든다.


3. 독서

잠시 쉼을 갖고 책을 펼쳤다. 집에서 꽂아둔 것 중 아무거나 골라왔다. 무조건 책 표지를 열고 읽어나갔다. 미디어에 멍하니 보낸 시간이 많아서 눈과 두뇌를 움직이며 생각과 집중하는 게 힘들었다. 억지로라도 책에 눈을 고정하고 한 장 한 장 읽었다. 눈알만 굴러가고 내용이 들어오질 않았다. 다시 천천히 읽으며 마음에 두는 구절에 줄을 그었다. 두 번째 읽는 책인데 새롭기만 하다.



4. 영어공부

마지막 루틴을 이어나갔다. 바로 영어공부다. 일주일에 세네 번 정도도 영어공부를 했다. 여행과 코로나로 2주 이상 쉬었는데 다시 책을 펼치려니 쉽지 않았다. 쉬는 기간에 유튜브로 외국인 채널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보긴 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으니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 건지 확신이 안 선다. 격리가 풀리고 일단 영어책을 펼쳤다. 예전에 하던 영화 대본 쉐도잉을 하려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쉐도잉은 어쨌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계속 입을 움직여야 하는데 책상 앞에 한 시간씩 앉아있기 힘들었다. 그래서 오 더블에서 음원을 구입해 놓은 것이 있어서 책을 보면서 듣기라도 시작했다. 5분 분량을 책을 보면서 들었다. 모르는 단어도 찾아서 복습했다. 이것만 해도 30분 정도 공부를 해야 했다. 아무튼 시작했다는데 의미를 두었다.


격리기간 동안 몸으로 하는 것들이 더욱 간절했다. 달리기도 도전해보고 싶고 수영을 다시 배우고 싶었다. 다음 달부터 차근차근 실천해보려고 한다. 얼마나 꾸준히 해나갈지 확신이 서는 건 아니다.

다만 아파보니 내 체력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졌다. 언제 내가 또다시 아플지 모른다. 내가 내 몸을 가장 소중이 가꾸는 것이 중요한 거다. 날씬하기보다는 체력을 향상하는데 시간과 고통을 투자해야겠다. 이런 노력 없이 어찌 체력이 공짜로 주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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