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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는삶 Aug 26. 2022

지금 나는 왜 글쓰기를 하는가

브런치라는 집터 가꾸기


지금 시각 저녁 8시 40분. 식탁 위에 블루투스와 핸드폰을 놓고 브런치 창을 열었다. 핸드폰 멜론 앱에서 글쓰기에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도 틀었다. 눈앞에 지저분한 휴지 한 장이 걸리적거려서 치웠다. 선곡한 음악이 맘에 들지만 절정 파트 소리가 커서 볼륨을 낮췄다. 하루 종일 차고 있던 시계와 팔찌도 풀어서 옆에 두었다. 마지막으로 평소 잘 마시지 않는 차 한잔을 준비했다.


이제 준비 완료!


며칠 전부터 다시 시작한 브런치 글쓰기. 앞으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쓸지 장담키 어렵다. 최대한 많은 글쓰기를 하고 싶다.


나는 왜 브런치를 하는 걸까?


1. 편안함을 거부한다.

저녁 시간에 주로 했던 것들은 리모컨을 붙잡고 소파에 누워서 멍하니 TV를 보거나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봤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에 시간 때우기에 가장 좋았다. 그러다가 초저녁 잠을 자기도 하면 하루 피곤이 풀리기도 했다. 낮 동안 바쁘게 살아왔으니 아무 목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도 행복하게 여겨졌다. 여유로움에 감사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사이 뭔가 허전한 맘이 든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그냥 버린 듯했다. 워낙 삶을 긴장하고 짜임새 있게 지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내는 게 힘들기 하다. 매 시간마다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편안함을 선택하는 게 불안할 때가 있다. 멍하니 있을 때도 머릿속에서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뭔가 할 일이 있을 텐데. 어서 뭐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누워있기보다 차라리 앉아서 뭔가에 몰두할 때가 마음 편하다.


귀찮은 마음과 논쟁을 하는 듯하다. 귀차니즘에 지고 싶지 않다. 그래서 고요한 저녁시간에 힘든 일을 해보자. 저녁에 혼자서 집에 조용히 있으면 얼마나 집중이 잘 되겠는가? 나를 위한 행동을 하자. 그게 바로 글쓰기다. 오늘은 글쓰기이지만 내일은 운동이 될 수도 있고 책 읽기가 될 수도 있겠지.


글쓰기, 책 읽기, 운동, 공부 모두 내가 잘하는 것들은 아니다. 힘들 것 들뿐이다. 그래도 내가 쉽게 넘지 못하는 행동을 해야 다른 일들이 더 쉽게 다가올 것이다.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워밍업으로 내 몸 행동 패턴을 만드기 위한 작업이다.


편안함을 거부하고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2. 사진만큼 훌륭한 저장장치이다.

처음 브런치 작가로 합격했을 때 주위 사람들한테 자랑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다. 그다지 자랑할만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다만 나에게 글쓰기 집터를 마련해준 것뿐이데. 그 집을 가꾸는 일이 순전히 내 몫이다. 브런치 집 가꾸기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예전에는 한편씩 글을 발행하면 다른 사람들 반응을 살폈다. 라이킷 알람과 개수를 헤아리는 게 즐거웠다. 내 글이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턴가 다른 이들의 반응은 크게 관심을 두질 않는다. 어차피 내 글은 내 생각과 일상을 마구잡이로 늘어놓은 거다.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하다. 나도 내 글을 다시 읽지 않는다.

다만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생각 조각을 쏟아내서 정리해 놓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머릿속에 있을 때보다 글로 남겨놓으면 나라는 사람의 오늘  순간을 기억하고 저장해 놓을  있어서 일석이조의 기쁨이다.


3.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간다.

브런치 글쓰기 하기로 맘을 먹고 나면 글쓰기를 숙제처럼 대하게 된다. 부담스럽다. ‘뭘 쓰지?’라는 생각이 맴돈다. 하루가 매일 특별하게 흘러가는 게 아니다. 평범하고 그날이 그날인 비슷한 시간들의 모음이다. 글쓰기가 소재가 넘쳐나기 힘들다. 다만 작은 사건이나 생각의 실마리를 붙잡고 거기에 살을 붙인다.


글을 쓰기 전에는 이런 주제가 쓸거리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일단 글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쓰기 시작하면 뭔가가 계속 써진다. 대주제나 소주제를 꺼내놓으면 그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뭘까? 왜지?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답을 찾기 위해 머릿속을 깊이 파헤친다. 그러다 보면 내 진심이 궁금해진다. 글로 정리하다가 가식적인 듯 글이 써지만 다시 고쳐 쓴다. 내가 나한테 당당한 글을 써야 나도  시원하다. 글로 옮기다 보면 나도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이 정리가 된다. 이런 게 글쓰기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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