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님은 단톡방에서 먼저 만났다.
내가 피켓팅 사진과 문구를 올리면
조용히 좋아요를 눌러주던 고마운 분이었다.
한 번쯤은 꼭 만나보고 싶었다.
그러다 며칠 전부터
정오쯤이면 세종시청으로 책을 읽으러 온다며
자전거에서 경쾌하게 내려
우리에게 “화이팅”을 외치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던 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이
단톡방의 그 상희님이라는 걸 알았을 때
반가움은 곧 감동이 됐다.
나는 들이대듯 사진을 부탁했고
상희님은 늘 기분 좋게 사진을 찍어주고
총총히 자기 일 보러 가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오늘 시청에 온 건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요구를 알리는 사람 곁에 서기 위해
말 대신 기록을 남기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광장에 왔다는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누가 지시한 장면도 아니다.
정해진 순번도, 맡겨진 몫도 없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움직일 이유를 만들고
그 이유 하나로
광장에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날은
괜히 마음이 단단해진다.
광장에서는
서로 이름을 말한다.
얼굴을 트고
잠깐 웃고
안부를 묻는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우리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걸 안다.
연대는 거창하지 않다.
같은 자리에 서는 것.
요구를 외치는 사람 곁을
지나치지 않는 것.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이야기하며
세종시청 광장에서 피켓을 든 지
오늘로 60일째다.
이건 상징도 이벤트도 아니다.
정책과 예산이 없으면
장애인의 삶은 늘 나중으로 밀린다는 걸
우리는 너무 오래 겪어왔다.
그래서 광장에 섰다.
권리는 부탁이 아니라
보장되어야 할 삶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연대는 연결이 되어 사회를 바꾼다.
사진을 찍는 사람과
피켓을 드는 사람이
같은 방향을 보고 서 있을 때
광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변화가 시작되는 자리가 된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 말이 구호로만 남지 않도록
오늘도 우리는 광장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