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달려
부엌으로,
다시 방으로, 거실로,
너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무슨 생각으로 그리 급한지
빠방 하나 옮기고 나면
또 급한 용무로 삐뽀삐뽀
한껏 상체를 기울여
전속력을 끌어내는 너의 이마에는
진심이 보송보송 열려있다
듬성듬성한 머리가 진해질 무렵
나는
순간
쉬는 시간
운동장서 뛰어 놀다
황급히 돌아오는 초등학생 너를 상상한다
어떤 날은
운동장 수도꼭지에
머릴 감고 들어 오겠지
어떤 날은
수업에 늦어 꾸중 듣고
베시시 웃겠지
아직 말도 다 못하는 네가
이렇게 분주한 걸 보니
나도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어떤 말을 할까 너는
어떤 친구를 사귈까
줄넘기는 잘 할까 꺾기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도 넘치게 소중해서
꼼꼼히 잡아둘 일임 알면서도
나는 자꾸 급하게
다가올 너만 떠올려버린다
한시가 급한 아들의
땀에 젖은 머리를 닦아주는
오늘도 급한 아빠의 마음은
조금 빠르게 너를 그려본다
아직 먼 너의 다음 계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