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셰이모어24

지하철을 타는 반려견

by 이한

독일 베를린에서는 반려견을 쉽게 볼 수 있다.

거리나 공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카페나 술집,

지하철에서까지 시민들은 반려견과 함께 여가생활을 보낸다.

그렇다고 쉽게 분양받거나 함께 살 수 없다.


거주하는 곳에 분양신고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보호자는 하루 두 번 각 30분씩 산책을 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게 되면 반려견을 강제로 압수해

더 좋은 보호자에게 입양을 보낸다.

또한 대형견의 경우 입마개를 하고 외출을 해야 한다.

다른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회의 불안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려견에 대한 엄격한 정책을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이 애견(愛犬)한다.

독일의 역사가 만든 개인주의와 합리주의적 가치관으로 볼 때

인간이 타자에 선행될 거라 생각했지만

현지에서 직접 관찰한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다.

그들의 행위를 볼 때 독일의 시민사회는 인간뿐 아니라

생명을 지닌 자연 개체의 개념을 확장해

함께 살아갈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거리에 즐비한 노숙인들도 반려견을 부양하면

주정부에서 소정의 지원금을 줄 정도니,

나로선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서 궁금한 게 생겼다.

이런 결과를 정치가들에게 어떻게 이끌어 냈을까.


이곳에선 독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이나

좌파시민운동의 성지로 불린 폴크스뷔네(Volksbuhne) 극장 앞에는

매일 크고 작은 집회들이 열린다.

이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시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위라는 정치적 행위는 독일의 비극사인

세계대전의 패전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시민들의 자성 섞인 목소리들이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해결책으로 발전되어,

독일 의회의 구성원인 연방상·하원의원은

결코 그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힘을 갖게 되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그들의 삶은 한국인으로서 나를 자문하게 만든다.

반려견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

나는 그것을 지하철에서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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