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다시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남자는 학교 선배를 따라 양파, 마늘 농사를 배우겠다고
따라다녔다
이 지역은 양파와 마늘이 유명한 지역이다
이른 새벽에 멀리서 봉고차에 일 하시는 분들이 많이 타고 오신다
어디서 오는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외국 사람들이 많았다
여자분들이 양파의 크기를 선별 해서 붉은 망에 넣어주면 남자는 트럭으로 옮겨서 농협 판매장으로 운송하는 일을 했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들이 일을 하러 오기에 그날그날 일 한 수당을 바로 현금으로 지급을 해야 했다
선별하는 사람 역시 농사꾼에 술을 좋아했고 돈은 넉넉하지 못했다
남자와 선배는 일을 마치면 카페 앞에 앉아 막걸리 2병을 나눠 마시며 아주 사이가 좋아 보였고 행복해했다
특히 남자는 선배라는 사람한테 애틋한 애정을 보였다 하루종일 일하고도 남자는 하루 일당을 다음에 목돈으로 주라고 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
호칭도 꼭 '행님아'라고 불렀다
그 해 6월에 남자의 생일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안의 천사가 있었던지 그 남자에게 미역국과 조기 2마리를 구워서 주었다
남자는 '형님'과 사이좋게 조기 2마리를 막걸리 2병과 나눠 마시면서 살을 발라 '행님아' 밥 숟가락 위에 얹어주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만 가지 일들이 스쳤지만 그냥 나와 남자는 처음부터 악연이라 생각하고 웃고 말았다
양파 작업을 하는 한낮에는 더웠다
그래서 이른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이면 온몸이 흙투성이 었고 땀 냄새로 절여있었다
다음날 '행님아'라는 사람은 부산에서 20명의 일꾼들을 데리고 와 일을 시켰는데 그날 계산해서 드려야 할 노무비가 없었던 것이었다
쩔쩔매고 있는 '행님아'를 직접 남자의 차에 태워서 ATM기가 있는 은행에서 마이너스 500만 원이라는 현금을 빼주었다
그리고 한 달 남짓 양파 작업을 했던 남자는 인건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날 ' 행님아'는 기분이 좋아서 술을 많이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리 밑으로 떨어져 죽었다
남자는 빌려준 마이너스 500만 원도 한 달 동안 양파 작업한 인건비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선배의 저승길에 노잣돈으로 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