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국수

보이스 피싱

by 무궁화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

행님아의 죽음 이후 남자는 더 난폭해졌고 스스로 감정 조절을 하지 못했다

하루종일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뭔가 돌아가는 분위기가 살벌했다

아들과 딸, 나는 밥을 먹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차가운 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 또 조심했다

회사 다닐 때 신용대출 5000만 원, 마이너스 카드 사용 2000만 원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온 듯했다

백수가 대출을 받는 것은 코끼리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오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막다른 골목에 처한 남자는 제3 금융에 큰 이자를 내고 대출을 받기 위해 하루종일 동분서주 했다

그러다 저들의 덫에 걸려들었다

저들은 건강원, 국회, 경찰등을 사칭해서 남자를 안심시킨 다음 바로 입금을 하면 내일 원하는 만큼 저금리로 대출을 해준다고 했다

남자는 쫓기는 돈 앞에서 이성을 잃었고 더 이상 도망칠 수도 없었던 때에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 8000만 원을 저들에게 입금시켰다

8000만 원은 1분도 안 돼서 꿈처럼 사라졌다


어리석은 사람이다


일주일 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다

집, 밭, 가게 모두 담보로 대출을 해서 급한 돈부터 갚았다

어느 날 남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짐을 꾸려 집을 떠나고 없었다


오늘의 내가 보이스 피싱으로 돈을 벌어 웃을 수 있겠지만

내일의 너는 보이스 피싱보다 더한 죄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파국으로 모는 길이며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최악의 범죄다

이런 일은 해서도 안되며 강력한 법과 질서로 응징되어야 한다


시력 장애의 아픔을 딛고 칼국수를 끓이고 있다

비록 행동은 서툴고 느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도 소리 없이 봄이 왔다

세상 만물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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