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서툰 연습들
누구나 한 번쯤은 거치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
때로는 헤매고, 때로는 발견하는 그 순간들을 기록합니다.
나는 영어를 참 오래 피해왔다.
"영어로 소통 가능자 우대" 같은 문구만 보여도 채용공고를 닫아버렸고,
해외여행을 가면 늘 친구들 뒤에 숨어 주문도 제대로 못 했다.
그렇게 회피하는 게 편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영어를 못했고, 주변 사람들은 나보다 잘했던 것 같다.
다들 자연스럽게 영어 문장을 읽을 때도 나는 입 밖으로 소리를 내는 것조차 두려웠다.
내신이나 수능은 달달 외워서 버텼지만, 실제로 영어를 써야 하는 순간이 오면 늘 자신감이 없어 한 걸음 물러났다.
특히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그게 더 뚜렷해졌다. 스타트업 특유의 '판교사투리'라고 할까.
영어가 섞인 용어들이 일상처럼 오가는데,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물어보지 못했다.
'나만 모르나?' 하는 부끄러움에 혼자 구글링하기 바빴다.
최근 이직을 준비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이렇게 계속 회피해도 될까?'
'내가 내 스스로 기회를 좁혀가는게 아닐까?'
그동안 나는 영어 자체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영어를 못해서 바보처럼 보일 내 모습이 두려웠던 거다.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이미 '평범'의 영역이 되었는데, 그 평범함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시작했다.
이번에는 '학습'이나 '점수'가 아닌 '소통'이라는 마음으로.
말해보카로 시작한 왕초보 수준의 공부가 어느새 하루의 즐거움이 되어있었다.
(광고아님 ㅠ)
"지금 이 순간, 나는 왜 두려웠을까?"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이 새로운 답을 가져다주었다.
평범함의 무게는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처음은 서툴고, 그 서툴음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테니까.
오늘도 퇴근길에 말해보카를 켰다. 이제는 영어 문장이 흘러나올 때마다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이상 그 부족함에 숨지 않기로 했다.
한 달 반,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더는 영어라는 두려움에 숨지 않는 내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에겐 각자의 '영어'가 있을 것이다.
평범함에 미치지 못할까 봐, 혹은 부족한 모습을 들킬까 봐 피해온 것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나다워지는 걸지도 모른다.
당신의 '영어'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생긴다면, 어떤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