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놓치고 있는 진짜 문제에 대하여
'오늘 뭐 했지?'
오늘도 그렇게 1:1 미팅이 끝났습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고, 누군가의 고민은 또 쌓여갔습니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 상사와의 관계가 힘들다는 토로, 이직을 고민한다는 고백.
그들의 목소리는 달랐지만, 그 무게는 묘하게 비슷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듣기'만 하는데 써왔을까요?
얼마나 많은 고민들이 그저 고민으로만 남았을까요?
결국 우리가 제시한 해결책은 무엇이었나요?
잠시 생각해보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듣는 데' 너무 익숙해진 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1:1 미팅을 실패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100명의 직원이 있다면 100개의 고민이 있습니다.
어떤 날은 신입사원이 적응에 대한 불안을 토로하고, 또 어떤 날은 중간관리자가 팀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마치 쏟아지는 비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민들.
조직심리학자 에드거 샤인은 말했습니다.
진정한 도움은 단순한 해결책 제시가 아닌,
맥락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물론 때로는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됩니다.
따뜻한 응원과 공감이 절실한 순간이 분명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병원을 떠올려봅시다.
배가 아파서 응급실을 찾았는데, 의사가 그저 통증을 달래주는 진통제만 처방한다면?
잠시 후에 다시 같은 통증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신입사원들의 적응 문제가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히 '힘내세요'라는 말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온보딩 프로그램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죠.
팀 간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면? 이는 개인의 성격 차이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조직 구조나 의사소통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구글의 Project Oxygen은 이런 접근의 좋은 예시입니다.
그들은 "관리자가 정말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관리자들의 고충과 팀원들의 불만을 단순히 듣고 넘기는 대신, 수만 건의 성과 평가, 직원 피드백을 분석했고,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의 관리자들에게서 발견된 핵심 행동들을 찾아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발견을 어떻게 활용했는지입니다.
'좋은 코치되기'를 '주 1회 1:1 미팅에서 팀원의 고민을 먼저 묻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기'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정의했죠.
우리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고민 상담의 내용을 몇 가지 핵심 패턴으로 분류하고,
그 속에서 실천 가능한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거죠.
리소스는 언제나 한정적입니다.
모든 직원의 고민을 해결해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변화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더 나은 조직을 만들어가는 촉매가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1:1의 역할은 이런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고민을 듣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속에서 조직의 변화 포인트를 발견하고 실행하는 것까지.
때로는 따뜻한 상담자로, 때로는 조직 전체를 바라보는 전략가로 움직여야 합니다.
오늘도 누군가 1:1 미팅을 신청합니다. 이제 우리는 압니다.
이 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나은 조직을 만드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