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아서 하세요'가 주는 불편한 진실
"더 주도적으로 일해주세요!"
"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이러니한 대화입니다. 마치 주도성을 지시받는 것처럼요.
스타트업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자율'이라는 달콤한 약속을 받았습니다.
"당신의 방식대로 일하세요"
"우리는 통제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보세요"
수직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에 지친 이들에게, 이는 마치 오아시스와 같은 약속이었죠.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인간은 정말 완벽한 자율성을 추구하는 존재일까요? 혹시 우리는 '자율'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부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불안하진 않으셨나요?
"이게 맞나?"
"이렇게 해도 될까?"
완벽한 자율성은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는 말했습니다.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부드럽게 인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의 '넛지(Nudge)' 이론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자율성은 단순히 '선언'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세심하게 설계된 환경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자율성이 꽃필 수 있죠.
구글의 성공적인 조직문화도 이를 뒷받침해주죠.
"자율성을 주되, 명확한 방향성과 체계적인 지원을 함께 제공하라" 이것이 그들의 핵심 원칙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율성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경험상 다음 세 가지 요소가 특히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자율성의 프레임
실패를 받아들이는 심리적 안전망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소통 체계
이런 방식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우리 조직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갓 입사한 직원에게 "자율적으로 일하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수영을 배우지 않은 사람을 깊은 물에 던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율성도 근육처럼 점진적으로 키워나가야 합니다.
첫 단계: 명확한 가이드라인 속 작은 선택
일일 스크럼에서 본인의 작업 우선순위 정하기
코드 리뷰 시간 자율 선택하기
업무 시간 중 학습 시간 30분 자율 배치
주간 회의 시간대 팀원들과 협의하여 결정
작은 선택들을 통해 자신감이 쌓이면, 이제 더 넓은 범위의 자율성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중간 단계: 프로젝트 실행의 자율성
스프린트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작업 방식 결정
새로운 기술 도입 제안과 검토
팀 내 코드 리뷰 프로세스 개선안 제시
주간 업무 계획 수립과 조정
충분한 실행 경험이 쌓이면, 이제는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성숙 단계: 전략적 판단과 책임
프로젝트 방향성 결정에 참여
신규 팀원 채용 과정 참여
기술 스택 결정에 참여
분기별 팀 목표 수립에 참여
모든 실패를 동일하게 대하면 어떻게 될까요?
사소한 실수도 큰 실패처럼 느껴져 팀원들이 위축될 수 있고, 정말 큰 위기가 왔을 때 체계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패의 크기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맞는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것은, 팀원들에게 '이 정도는 시도해볼 수 있다'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실패의 크기 정의하기
Minor: 일일 업무 지연, 사소한 버그 발생
Moderate: sprint 목표 미달성, 기능 개선 지연
Critical: 서비스 중단, 데이터 손실
실패 상황별 대응 프로세스
Minor: 팀 내 공유와 빠른 수정
Moderate: 원인 분석과 개선 방안 도출
Critical: 긴급 대응 후 회고를 통한 학습
자율성이 잘 작동하려면 탄탄한 소통 체계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작은 결정이라도, 그 결정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죠.
일상적 소통
15분 데일리 스크럼: 어제 한 일, 오늘 할 일, 도움이 필요한 부분
주간 팀 런치: 편안한 분위기에서 업무 외 대화
사내 메신저 채널 운영: #일반 #긴급 #자유대화
정기 소통
주간 팀 회고: 이번 주 배운 점, 개선할 점, 시도해볼 점
월간 1:1 미팅: 성장 경로 논의, 고민 상담
분기별 타운홀: 회사의 방향성 공유와 질의응답
위기 상황 소통
장애 발생 시 단계별 보고 체계 1단계(15-30분): 현장 대응과 팀 내 해결 시도 2단계(1시간): 팀 리더 보고와 유관부서 협조 3단계(2시간): 긴급 대응팀 구성 최종단계: 경영진 보고와 전사적 대응
긴급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라인
갈등 상황에서의 중재 프로세스
완벽한 자율성을 추구하기보다, 우리 조직에 맞는 건강한 자율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
팀 회의에서 "이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어보기
의사결정의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기
작은 실험을 장려하기
실패를 함께 들여다보기
자율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시작한 작은 변화가 내일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함께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