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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문 kkong coffee Aug 09. 2022

호기로운 시작

핸드드립 수업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커피에 대한 진심 어린 가르침을 준 나의 커피 스승님에게 존경을 표한다.

커피 내리는 스킬도 배울 수 있었지만 커피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6주 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브루잉 마스터 수료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는 획일적인 맛이 아닌 내리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맛을 내기 때문에 기계로 내리는 바리스타 자격증 검정과는 다르다. 드립으로 내리는 과정과 방법, 맛은 어떤 것이 정답인지 판단치 못하기 때문에 자격증이 아닌 수료증으로 검정 결과를 증명한다.

이제 핸드드립 과정은 마쳤는데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다. 가게에서 혼자 내린 커피는 학원에서 선생님과 내린 맛과는 천지차이였다. 커피가 맛있다는 말은 마셨을 때 입에 거슬리는 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내린 커피는 시고, 쓰고, 거슬렸다. 이런 맛으로는 손님들을 대접할 수 없다.

오기가 생겼다. 내 인생 처음으로……

나는 지금껏 어떤 무엇 한 가지에 집중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끈기 있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는 게으름 뱅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나는 카페의 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 지긋지긋한 공장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 길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공장일을 마치면 무조건 가게로 돌아와 혼자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원두의 분쇄도도 바꿔보고, 내리는 물 온도도 바꿔보고, 내리는 물줄기도 바꿔보면서 한잔, 두 잔…… 새벽까지 커피를 10잔 넘게 맛본 것 같다.

원래 자기 전에 커피를 마셔도 베개에 머리만 붙이면 곯아떨어지는 나였지만 그 정도를 마시니 잠 못 자는 것은 둘째치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하지만 나는 좋았다. 나를 위한 목표를 가지고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것은 나름 멋진 일이었다.

그렇게 거의 한 달 넘게 커피 수련에 매달렸고 드디어 나만의 레시피와 드립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내가 내린 커피는 맛있었다.


커피의 맛은 완성되었으니 다음 순서는 1층 인테리어였다. 어찌 보면 인테리어라고는 말할 수도 없지만 나름의 스타일을 구현해 보고 싶었다.

일단 테이블과 의자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 황학동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카페를 폐업하며 나온 중고물품들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그곳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구입하면서 약간은 겁이 났다. 나도 얼마 안가 폐업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랄까……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컸던 것 같다. 가게에 어울리는 테이블과 의자는 나름 맘에 들었다.

다른 커피 집기들은 인터넷에서 구입하여 세팅했다. 솔직히 나의 커피맛에 반해 개업날 손님들이 줄을 서는 상상도 했다. 그래서 원두도 엄청 많이 준비했다.

이제 개업만 남았다. 개업 전날 가슴이 두근거려 잠 못 잤던 기억이 난다.


개업일은 회사에 나가지 않는 토요일로 정했다. 드디어 카페의 문을 여는 날이다.

그런데 상상 속 개업은 현실로 돌아왔다. 지나가는 사람은 많은데 가게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점점 조바심이 생겼고  행여나 손님이 들어올까 하루 종일 창문만 바라보았다.

개업일 하루 매상 5,500원…… 한잔 팔았다.

참담한 개업일…… 그 후로 공장일을 마치면 카페 주인으로 변신하면서 나의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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