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타협으로 1층은 카페, 2층은 공방으로 결정되었다.
1층은 7.5평, 솔직히 카페로 운영하기엔 턱없이 작은 공간이었다. 7.5평에서 주방 면적을 빼면 손님들이 앉을자리는 5평 정도가 된다.
테이블 2개를 놓으면 조금 비어 보이고 3개를 놓으면 왠지 비좁아 보이는 그런 어중간한 평수이다.
카페 개업 준비가 시작되었다. 나의 첫 준비는 커피였다. 마시는 것만 즐겼지 커피를 내리는 것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초짜였다.
개업 전 상상 영업을 시작해 보았다. 어떤 카페를 만들 것인가? 손님은 어느 정도 올 것인가? 메뉴는 어떻게 준비할까?
시작은 해야 하는데 난감했다.
‘일단 커피집이니 커피가 무조건 맛있어야 하겠지?’
커피 내리는 것을 배우는 일이 급선무였다. 나는 바리스타학원에 전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여보세요? 학원이죠? 커피 좀 배울 수 있을까요?”
학원 담당자들의 대답은 어찌 그리 한결같은지……
“네, 바리스타 자격증이 필요하시군요. 저희 학원에서 수강하시면 2주면 자격증 취득하실 수 있고요, 학원비도 다른 학원에 비해 저렴합니다.”
나는 자격증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데, 자꾸 자격증 이야기만 한다. 나는 커피 내리는 일은 잘 몰랐지만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을 하고 싶었다. 작은 가게지만 남들이 안 하는 커피만은 전문적인 느낌이 나는 그런 카페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학원을 찾던 중 드디어 내가 찾는 학원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 학원과의 인연은 역시 전화통화로 이루어졌다.
“안녕하세요, 커피를 좀 배우고 싶은데요.”
“취미로 배우시는 건가요? 창업을 위해 배우시는 건가요?”
어? 이 학원은 대답부터 다른 학원과는 달랐다.
“창업을 하고 싶은데요……”
“평수는 어느 정도 되시죠? 유동인구는요?”
나의 마음을 꿰뚫는 질문이다.
“그럼 실전으로 가시죠! 핸드드립 과정을 수료하는 게 맞으실 듯합니다.”
내가 원하는 답이었다. 핸드드립 커피!
다음날 공장일을 마치고 학원을 찾아갔다. 1층은 카페이고 2층이 학원이었다. 생각보다 젊으신 선생님이었다.
어느 정도 수업과정을 설명받고 가려는 나에게 선생님은 커피 한잔을 권했다,
“한잔 내려드릴게 드시고 가세요.”
내 앞에서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주었다. 마셔보기만 했지 직접 코앞에서 내리는 장면은 본 적이 없었다. 내리는 커피물에서 향긋함이 코끝을 자극했다. 아직도 그 향기는 잊히지 않는다.
예쁜 잔에 내어준 커피를 한 모금 하눈 순간, 머릿속이 하얘짐을 느꼈다.
‘커피에서 이런 맛이?’
입에 데는 순간부터 미각과 후각에 전해지는 커피 향은 신세계였다. 첫맛의 상큼함, 고소함의 중간맛, 후미의 달콤함이란…… 커피를 마시고 나오는 길까지 나의 들숨날숨은 온통 커피 향이었다.
커피는 쓰다는 그동안의 통념을 깨부수는 맛이었다.
이후 나의 목표는 이런 맛의 커피를 내려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