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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문 kkong coffee Aug 13. 2022

수녀님과 커피

내가 회사에 출근하는 시간 동안은 아내가 카페에 있어주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커피 수업과정을 아내와 같이 수료하였기에 영업에 별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내내 머릿속은 온통 카페 생각이었다.

"여보~몇 잔 팔았어?"

"손님 좀 왔어?"

쉬는 시간마다 확인 전화질이다.

나는 우리 카페가 조금 특별한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우리 카페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는 순간 잠시나마 밖의 일상에서 벗어나 쉼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기를 바랐다. 혼자 와도 주인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기를 바랐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어느 일요일 아침, 그날도 어김없이 수녀님이 오셨다. 그 수녀님과의 인연은 커피로 시작되었다.

오픈하고 몇 달 안되었을 때였을 것이다. 가게가 예쁘다며 구경 좀 하시겠다고 들어오신 수녀님께 나는 커피 한잔을 대접해 드리고 싶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조금 젊은? 시절이 생각나서였다. 외할머니는 수녀님은 아니셨고 교회 전도사님이셨다. 항상 흰 저고리에 발목에서 찰랑거리는 검은 치마를 입고 다니셨다. 유난히 나를 예뻐하셨다. 내 나이 30이 훨씬 넘었을때도 우리 집에 오셨다가 가실 때면 항상 꼬깆한 지폐 한 장을 내 손에 쥐어주곤 하셨다. 지금도 난 할머니가 참 보고 싶다.


그렇게 커피를 대접하던 날 많은 수녀님은 참 좋은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셨다.

수녀님은 내가 커피를 내리는 공간이 참 정성스러운 공간이라 말했다. 손님들에게 사랑과 기쁨과 행복의 맛을 대접하는 성스러운 공간이라 말했다.

그 이후 성당을 가실 때면 항상 가게에 들러 커피 한잔을 드시며 젊은 시절 이야기며 외국에 계셨을 때의 이야기며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를 커피값 대신 지불해 주셨다. 커피를 맛있게 드시고는 돌아가는 뒷모습이 참 예쁘셨다.


'그래! 손님이 많이 와서 장사가 잘되는 것만이 나의 목표는 아니었지. 급하지 말고 천천히, 정말 이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카페를 채우는 그날까지 조금씩 조금씩....'

그 조금씩이 어느덧 2년을 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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