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신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티브이를 보면 대박 나는 가게도 많던데 나에게는 그런 날이 오지 않는 것일까? 2년 동안 장사의 신은 나에게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초보 자영업자인 나에게는 어려운 숙제였다. 아무리 천천히 가자는 목표였지만 2년이란 시간을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살아남는다.
일단 우리 카페는 커피를 핸드드립(브루잉방식)으로만 내린다. 그러다 보니 다른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의 속도보다 현저히 느리다. 바쁜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기다리다 나가버리기 일쑤다. 그 문제에는 나의 스타일이 한몫한다.
나는 심장이 남들보다 늦게 뛴다. 그 믿기지 않는 사실을 40이 넘어서야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무상으로 지원해 주는 건강검진이라는 대 국민 서비스를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다행히 병은 아니란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데 남들보다 조금 더 심박수가 느릴 뿐....
그래서 그런지 말과 행동이 느리다. (그렇다고 절대
어눌한 사람은 아니다) 성질 급한 처갓집에 가면 가끔 장모님께 행동이 느리다고 미워하지 않는 한소리 를 들을 때도 많다.
안 그래도 핸드드립이라 속도가 느린데 거기에 나의 나무늘보 스타일이 더해져 금상첨화였다.
이점을 고쳐보려고 손님이 왔을 때 속도를 내는 날엔 꼭 실수가 뒤따랐다. 아이스커피를 따뜻한 커피로, 유자차를 레몬차로, 심지어 가장 중요한 커피값 계산을 안 해버리고 손님을 친절한 인사와 함께 보내는 사건까지......
커피머신을 들여놓을까 고민도 했다. 그러면 좀 더 짧은 시간에 커피를 판매할 수 있지 않은가....
한참을 고민했고 결국 내가 내린 해답은
'느린 것도 나의 개성이지!'
바꾸지 않기로 했다. 작은 카페에서 개성 없이 비슷한 머신커피의 맛으로 승부를 낼 수는 없었다. 커피도 요리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한 시간 넘게도 기다리면서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려는데 고작 10분도 안 되는 시간을 왜 못 참는 것인가? 패스트푸드적인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조금은 느리지만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리리라.....!!
이후에도 나는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결국 손님들도 나의 속도에 동화되는 듯했다. 나는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금손이니까!...... 손님들 얼굴에서 언제부터인가 조급함이 사라졌다. 어쩌면 성질 급한 분들은 아예 안 오는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영업을 시작한 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단골손님은 영업 초기에 비하면 조금 많아졌으나 카페 영업으로만 생활하기에는 매출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 이유로 나는 여전히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직장인도 아닌 자영업자도 아닌 이중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