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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다 Sep 30. 2023

추석에 생각나는, 세상 가장 맛있는 소고기뭇국

- 나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

  “우선 참지름 두 숟가락을 냄비에다 둘러. 그리고 쇠괴기 한 움큼 반을 넣어 중불에 조선간장을 병아리 오줌만큼 넣고 한 번 더 볶아. 달달 볶아. 핏기가 다 없어질 때쯤 콩나물을 펼치가 넣어. 조선간장을 병아리 오줌만큼 한 번 더 넣고. 그리고 볶아. 콩나물이 시들시들 히마리가 없어지모 무를 넣어. 이때 빻은 마늘을 두 숟가락 넣고 참지름 한 숟가락 크게 더 넣어. 무를 넣어서 인심 좋게 둘러. 그라모 물이 자박하게 나오거든. 여기서 중요해. 물을 냄비에 더 자박하게 붓고 끓을 때 까정 기다리. 끓으면 냄비 귀퉁이까지 붓고 끓이면서 소금 넣어 간 맞추면 돼.”  

   

  너무 맛있는 소고기뭇국 끓이는 법을 정말 배우고 싶어 스물두 살 내가 묻는 엄마의 답이었다.

  몇 스푼 정확한 계량도 바라지 않았다.

  한 번 물어볼게요.

  병아리 오줌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아시는 분 계세요?

  힘(히마리)이 없어지는 순간이 어느 지점인지 아세요?

  인심 좋게 둘러, 도대체 몇 번 젖는 것인지 아세요?

  달달 볶는 것이 어느 정도 익히는지 아세요?    

 

  나는 지금도 어머니가 끓인 소고기 뭇국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김치 한 조각을 걸치는 그 맛을 꿈속에서라도 먹어 보고 싶다. 레시피가 당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소고기 뭇국은 유명 한식당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맛보지 못한 세계 최고의 맛이었다. 50년을 부엌에서 가족 끼니 걱정하는 어머니가 하루 이틀도 아닌 사흘 굶은 강아지의 모습을 알고 있는 것처럼,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용어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맛을 내 머릿속은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 내 가슴에는 항상 휘발유가 찰랑거렸다. 작은 불씨만 만나도 활활 타오를 정도로 가득 차 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날들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사회생활에 집에 가서 먹는 어머니의 소고기뭇국은 안식과 위로 그 자체였다.

  규칙과 규격 외에 차별이라는 쓴맛을 체험하는 나였기에. 배운 것과 못 배운 것의 차이를 넘는, 한글도 모르는 어머니의 음식이 마음을 정화했다.

    

  내 안부를 내가 물을 만큼 많은 세월이 지나갔다.

  동안에 열심히 한다고 살았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그림자를 내가 만드는 시간에.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머니의 소고기뭇국 같은 맛깔나는 글을 쓰고 싶다. 어머니의 소고기뭇국을 생각하면, 내가 이름을 부르는 모든 생명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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