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고객센터에 문의 넣을게요

- 더운 날의 짜증

by 만을고옴

스마트폰의 울린 콜을 보고, 어김없이 난 수락을 누른다.

태양볕이 뜨거운 한낮의 열기는 나의 감정선을 조금씩 예민하게 만든다.

상차지로 빨리 가야 하지만, 좀처럼 달리지 못하는 차들에게 괜한 투정을 부린다.


'뭣땜시, 이리 느리게 가나~~'


조금씩 올라오는 불쾌지수는 느긋함까지 조바심으로 바구어 버렸고, 입 밖으로는 짜증이 배어 나왔다.

오더 내용을 보자면,


- 상차지 기사혼자 상차 +운반

- 하차지 고객과 같이 하차 +운반


이러했다.

도착하기 10분 전,

상차지에 기입된 분에게 전화를 건다.

발신음은 계속 들리지만, 전화를 받는 분은 없다.

싣는 건 알겠으나, 상차할 화물이 어디에 적치되어 있는지, 공동현관의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난 어느 정보도 알 길이 없었다.

매번 상차지의 고객에게 전화를 걸 때, 화물의 내용물의 추가비용이 필요할 때 그것을 회피하려고 전화를 일부러 안 받는 비양심 고객들이 일부 있었던 터라, 이번의 고객에게도 난 색안경 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하차지에 다른 이름이 기입되어 있어서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퀵화물 기사입니다. 죄송하지만 상차지의 고객님이 전화가 되질 않아서요!"


"아 저희 사장님이신데요."


"지금,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공동현관비밀번호 있으면 좀 알려주시고요"


"네, 사장님께 연락해 보고 문자 드릴게요!"


상차지에 도착해서 후문으로 들어가려 한다.

후문 '바리케이드엔 출입금지, 택배 및 퀵오토바이는 정문으로 가세요'라는 푯말이 적혀있다.

후문 경비실 안에는 사람도 없다.

빨리 내비게이션에서 정문을 확인하고, 정문 쪽으로 향했다.

다행히 거기엔 경비원 아저씨가 계셨다.


"선생님, 000동 000호에 물건 싣러 왔습니다.~"


"000동 000호요? 요기로 들어오시면 안 되고, 후문으로 가세요~"


"거기 아무도 안 계시고, 푯말엔 정문으로 들어가라고 되어있는데요?"


"그동으로 갈려면 후문으로 가야 해요. 그리고 지금 사람 있을 거예요"


다시 후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

난 목까지 차오르는 짜증을 꾹꾹 눌러가며 다시 정문으로 갔다.

선생님 죄송한데, 진짜 아무도 안 계세요~~

그 경비원 아저씨는 어쩔 수 없듯 자리에 일어나 나에게 후문으로 다시 가라며 손짓하고, 그분이 후문 쪽으로 걸어갔다.

웬걸 아까는 보이지 않던 후문 경비원 아저씨가 앉아 계셨다.

상차 물건은 현관 앞에 정신없이 어지럽히게 널러져 있었으며 그나마 엘리베이터를 나고 있었다.

올라오는 짜증을 심호흡으로 내려 앉히며, 구마에 하나씩 쌓아 올렸다.

옆집 물건이랑 섞일 수 있으니 간결하고 분리되게 정리해서 적치해 두었으면, 좀 더 좋았을 걸.

수레에 다 쌓지도 못하고, 포장되지 않은 도자기 그릇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힘겹게 엘리베이터에 싣고, 1층으로 향했다.

또 엘리베이터에서 꺼내어 화물 앞으로 이동했다.

가짓수가 많아 정말 헷갈리고, 불쾌지수는 나의 집중력도 무장해제해 버렸다.

정신없이 물건을 상차하고, 마저 수레 싣고 상차지를 출발했다.

거리상 20Km 정도의 하차지라 강남이라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니다.

겨우 하차지 다다를 즈음에 시장 골목 같은 곳으로 들어간다.

차를 정차시키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입구를 막고 있는 자동차...

입구를 막고 있는 자동차를 피해 수레를 들어 복도 안에 넣은 뒤, 일일이 물건을 하나씩 가져와 수레에 싣는다.

어찌어찌하여 하차지에 물건을 내려놓고, 아뿔싸 1층에 내려놓은 행거를 빼버리고 안 실었다.

조급한 마음에 정신없이 싣다가 물건 하나를 빼먹었다.

행거를 싣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전화로 알려줬다.

그거 하나 때문엔 다시 싣고 오기란 나에게는 손해였다.


"선생님 죄송한데, 제가 행거를 1층에 빼놓고 하차지로 왔네요"


"다시 싣고 오셔야죠 그럼~!"


내가 그걸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었기에 짜증을 억눌르며 말했다.


"선생님, 거기서 사시잖아요, 물건도 작은 건데 그거 하나 나중에 직접 이동시키시면 안 될까요?"


"빨리 옮겨 놓으셔요~"


난 갑자기 꾹꾹 억눌렀던 뚜껑이 열렸다.

그리고 짜증 나는 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사장님, 전화도 안 받으시고, 공동현관 비밀번호도 미리 안 알려주시고, 제가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고 정문 후문 몇 번이나 돌았는지 알고 계시냐고요, 이거 하나 양해부탁 못 들어주십니까?"


"아니 지금 무슨 말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직원 통해서 알려 줬고, 물건 놓고 온 게 제잘못은 아니잖아요? 내가 매번 이용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잘못한 게 맞다.

난 갑자기 꼬리를 내렸다.


"고객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잘 못했네요, 제가 나중에 다시 옮겨 놓을게요"


"됐고요, 고객센터에 정식으로 고발하겠습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언짢은 마음으로 미리 수락해 놓은 오더 상차지로 또다시 조급한 마음으로 달려간다.

상차지에 차를 세우고, 다마스 오더였기에 화물 짐이 별로 없을 거라 예측했었다.

오더내용은 고객님과 같이 상하차 오더였기에 같이 상차했다.

얼핏 봐도 물건의 양이 상당했다.

다마스에는 다 싣지 못하는 양이었다.

아까의 일도 있고 해서, 그나마 맘을 조금 느긋하게 컨트롤할 수 있었다.


"고객님, 다마스로 접수하셨는데, 지금 상차한 화물의 양이 다마스 짐보단 많아요~~ 추가 요금 생각해 주세요"


"우리 사장님이 접수하신 거라 저희는 잘 몰라요~!"


내차 1톤 화물차의 뒷 화물칸 전체를 화물물건이 뒤덮었다.

다마스 짐이 라기엔 너무나 많은 양, 그리고 포장되어있지 않은 짐들.

무조건 적은 비용으로만 이용하려는 화물주가 있다.

물건의 양이 뻔히 차의 용량을 넘어가도 그냥 싸게 하겠다는 비양심적인 사장님들.

그리고 하는 변명은, 매번 다마스 시키는데 이렇게 따져 물어보는 화물기사님은 없었단다.

하차지에 접수한 사장님을 만났다.

일단 실어진 화물양을 보시라 요청했다.

힐끔 보더니, 하차지의 나와 직원이 그냥 막실어서 그렇단다.

진짜 뭐라고 한마디 내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냥 웃으며 넘어갔다.

고객센터에 말해놨으니 추가 요금 있을 거라고 통보해 줬다.

그렇게 물건을 다 하차하고, 이전의 오더인 아까 놓친 물건 주으러 다시 그곳에 갔다.

아파트 단지 이곳저곳을 다 살펴보고, 경비원 아저씨에게 물어봤지만, 보지 못했단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오버번호 0000인데요. 제가 그때 짜증을 내서,.... 물건을 누락하고 와서, 다시 이곳에 왔는데,.... 없어졌으니 만약 접수자님이 고객센터에 전화 오면 제가 배상한다고 말씀해 주세요"


라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그 접수자 문자에


'다시 찾아서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누가 치웠는지, 가겨갔는지 경비원도 모르십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문자를 보냈고,

내가 챙겨 놨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답변이 왔다.

오늘 하루 일이 잘 안 풀린다.

참 많은 걸 느끼는 하루였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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