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간
세월은 눈금 없는 자처럼
가슴에 무늬를 새긴다.
어느덧 익숙해진 거울 속 얼굴은
낯선 타인의 흔적을 닮아가고.
떠나보낸 계절만큼
어깨에는 무게가 실린다.
젊음의 뜨거움은 식어가지만
세상의 차가움은
그걸 견디는 법을 배우네.
잃어버린 이름들,
더 이상 잡을 수 없는 손들.
기억이라는 서랍 속에서
먼지 쌓인 추억들이 슬프게 빛난다.
얻은 것은 지혜라 부르지만
그것은 수많은 시행착오,
짓밟힌 희망들 위에 세워진 탑.
가끔은 그 탑이 너무 무거워.
숨 가쁘게 달려온 길 끝에서
마주하게 될 마지막 풍경은 무엇일까.
두려움과 해탈 사이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
나이듦음은 멈출 수 없는 흐름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다만 고요히 받아들이는 것.
이 쓸쓸하고도 장엄한 시간의 결을
나는 인정하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