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초 여름 문턱 장마의 시작

- 빗속의 추억

by 만을고옴

어김없이 올해의 반년이 지날 때 즈음이 되니,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된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창밖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들을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다.

지금 창밖에는 보슬보슬, 후드득 노래를 부르며, 비가 내리고 있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비 오는 날이 주는 특유의 '작은 마법'을 좋아한다.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묘한 평온함을 느낀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토독토독, 후드득, 때로는 주르륵, 그 소리들이 마치 오케스트라가 되어 세상의 모든 소음을 잠재우는 자장가처럼 들린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빗소리에 맞춰 차분해지는 기분!.

비가 오면 세상의 풍경도 달라진다.

평소에는 선명했던 건물들이나 나무들이 빗물에 젖어 흐릿해지고, 마치 수채화처럼 번져 보인다.

길가의 아스팔트는 검은색에서 진한 회색으로 변하고, 웅덩이에는 하늘이 거꾸로 비치기도 한다.

나뭇잎들은 빗방울을 머금어 반짝이고, 풀냄새와 흙냄새가 섞인 촉촉한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왠지 모르게 세상이 더 깨끗하고 싱그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샤워를 하고 난 뒤의 상쾌함 기분이랄까?

이런 날은 괜히 따뜻한 차 한 잔을 끓여 들고 창가에 앉아 멍하니 빗방울을 세고 싶어진다.

아니 차가운 얼음을 둥둥 띄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좋겠다.

또 좋아하는 책을 펼쳐 들고, 빗소리를 배경 삼아 글자 속으로 푹 빠져들고 싶기도 하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다.

어쩌면 비 오는 날은 우리에게 일상의 '브레이크 타임'을 선물하는 것 같다.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주는 듯하다.

평소에는 너무 바빠서 놓쳤던 작은 생각들이나 감정들이 빗소리와 함께 스멀스멀 떠오르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촉촉한 공기와 빗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랄까?

나는 비 오는 날의 이런 '느림의 미학'이 참 좋다.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고, 굳이 활기차지 않아도 괜찮은 날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자연의 리듬에 맞춰 흘러가는 대로 둔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강물을 이루고, 그 강물이 다시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끔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비 오는 날이 주는 이 특별한 분위기를 포기할 수 없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나 자신과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니까!

그리고 비가 그친 뒤에 찾아오는 맑고 깨끗한 하늘, 그리고 더 선명해진 세상의 색깔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여러분들도 잠시 창밖을 바라보거나,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빗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분명 그 속에서 당신만의 '작은 마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때로는 가장 평범한 순간들이 가장 특별한 위로를 건네주기도 한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들이 햇살처럼 반짝일 수는 없겠지만, 비 오는 날처럼 촉촉하고 고요한 순간들도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 될 거라 믿는다.

그 속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고,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 테니까.

비 오는 소리에 청개구리 우는 소리까지 더해진다.

이번 장마에도 집중호우가 예상된단다.

그래서 지반침하가 심각해지고 있고, 집중호우로 급 침수가 우려된다고 한다.

올해의 반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여러분들도, 이번 장마에도 슬기롭고 안전하게 무사히 보내길 바란다.

또 무더워지는 여름을 지혜롭게 여유롭게 보내시길 바란다.

악 조건의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의 마인드를 잃지 않기를 바라며....

keyword
이전 07화7. 도봉산역에서 도봉산 초입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