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제작사의 고민
불멸낭인이 카카오페이지에 올라간 지 5일이 지났다. 현재 조회수는 49만 명, 다음 주에는 5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조회수를 이야기해보니, 나름 주목받고 있고 꽤 괜찮은 성과라는 평가를 들었다.
스토리, 작화, 연출 등 수많은 과정에서의 노력이 숫자와 독자들의 반응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니,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단순한 성과를 넘어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 자신감을 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더군다나 플랫폼에서도 작품을 더 밀어줄 것 같아 기대감도 생긴다.
현재 하루 수익이 약 5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조회수와 수익이 줄어들겠지만, 만약 프로모션 대상이 되거나 카카오페이지의 간판 작품으로 자리 잡는다면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성과를 바라보면서도 마음이 완전히 나아지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제작 과정을 떠올릴 때마다 쉽지 않았던 순간들 때문이었다. 처음 불멸낭인 소설 원작을 읽었을 때 나는 회사에서 아동 콘텐츠 기획과 디자인 관리를 맡고 있었다. 주변 직원분들이 원작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나는 무협 장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심지어 화산귀환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던 때라, 무협 관련 용어나 개념을 하나하나 살펴봐야 했다.
웹툰 제작이라는 분야도 나에게는 완전히 생소한 영역이었다. 게다가 회사는 불멸낭인만 제작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 중이던 웹툰들이 여러 개 있었고, 나는 이 과정에서 내부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 괜히 의견을 많이 내는 것이 혼란을 키울까 걱정되어 말을 아끼곤 했다. 시간이 지나 문제는 플랫폼의 요구가 점점 제작사를 압박했다는 점이다. 계약이 파기될까 두려워 회사는 그들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완전히 을의 위치에 놓인 채 제안했던 다른 작품들은 시간만 끌다가 결국 하나같이 다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거절당했던 작품들은 캐릭터의 생김새가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다거나 거부감을 준다는 이유, 스토리가 너무 올드하거나 특정 팬층(덕후)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지적, 양산형 작품 같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 등등.. 플랫폼으로부터 거절당한 이유는 다양했다. 보는 사람들에겐 그 말이 쉽다. 하지만 그런 지적들이 실제 제작한 사람들에겐 큰 부담과 상처였다.
결국, 불멸낭인이 마지막 희망처럼 남았다. 다른 작품들이 모두 거절당한 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의향을 보인 첫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었다. 제작 과정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성과가 더욱 값지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건 사실이다. 몰랐던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더 노력했고, 작업자들이 겪는 어려움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불멸낭인은 분명히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고, 무거운 교훈을 남겼다. 웹툰 제작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성과의 기쁨 속에서도 여전히 고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