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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오타쿠가 이상형입니다

순수한 열정과 깊은 생각, 만화 오타쿠가 주는 특별함

by 온수ONSU

난 만화 오타쿠가 좋다. 예를 들면 성인이 되어서도 원피스의 우리의 꿈(O.S.T)을 흥얼거리고, 둘이서 애니를 보면서 몰입하고, 나중에는 그 애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길 줄 알고, 함께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순수함과 열정을 가진 것 같다.


예전에 남자친구한테 들은 얘기인데, 순수미술과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한다.

모든 아이들은 아이들처럼 그릴 수 있지만, 어른이 되어서 아이들처럼 그리기는 쉽지 않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되면 순수함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현실의 무게 때문에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수성을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아이 같은 감수성을 작품에 담아내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그렇기에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오타쿠들은 특별하다고 느껴진다. 그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사랑하고, 순수함을 간직하며 열정을 표현한다. 어쩌면 그 감수성 덕분에 만화라는 매체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철학과 순수함을 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어렸을땐 만화를 좋아했지만, 오타쿠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회적 부적응자같은 이미지 때문에 그 사실을 숨기려고 애썼다. 만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이 부정적으로 느껴졌고, 그게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나도 스스로를 부정하며, 좋아하는 걸 억누르곤 했다. 만화에게 흥미를 느끼면서도 그걸 감추는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그런데 고등학생 때, 주변 친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해 아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왜 나는 나 자신을 숨기려고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하다가 어느 순간, 나도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니까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자신을 부정하지 않으니 오히려 만화가 더 좋아졌다. 더 깊이 즐기고, 더 열정적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 지금은 내 직업이 되었다.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면, 좋아하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했던 그 순간이 내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그 결심이 얼마나 중요한 시작점이었는지 말이다.




요즘 들어, 만화뿐만 아니라 어떤 것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 자체가 정말 멋있다고 느낀다. 특히 만화 오타쿠들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 그들이 보여주는 진심과 열정은 너무나 보기 좋고, 그런 마음을 취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취향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취향을 사랑한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고 몰두하는 모습은 단순히 멋지다는 걸 넘어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의 이상형도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으로 정의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 만화 오타쿠처럼 열정과 순수함을 간직한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진 매력을 보며, 나 또한 내 취향과 열정을 더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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