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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넥스트 도어_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by 온수ONSU

영화는 오랜 친구이지만 서로 만나진 오래된 마사와 잉그리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마사는 종군기자였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해 온 그녀는 말기 자궁경부암 3기 진단을 받자,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대신, 스스로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뉴욕에서 지내는 친구 잉그리드가 찾아오자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해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그 부탁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난 죽을 권리가 있어. 존엄을 지키며 퇴장할래. 내 부탁은, 옆방(Room Next Door)에 있어 달라는 거야."

잉그리드는 고민 끝에 마사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처음엔 그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사는 흔들림이 없었다.

"고통 속에 죽는 건 존엄이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내 삶을 완성하는 죽음이지."

그리고, 그녀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잉그리드에게 마지막 부탁을 한다.

"다크웹에서 안락사 약을 구했어. 혼자는 싫어서... 내 옆 방에 있어주면 안될까?"

잉그리드는 당황했지만, 마사는 담담했다. 그녀는 전쟁터에서 죽음을 너무나도 가까이서 보아 왔다. 그리고 지금, 그녀안에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건 또 다른 전쟁이야. 두렵지 않아."

마사는 병원의 침대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기를 원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는 단순히 안락사에 대한 논쟁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죽음이란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과정이며, 인간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무겁고 철학적인 주제이지만, 영화가 전하는 감정과 미장센이 강렬하게 다가와 쉽게 잊히지 않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룸 넥스트 도어는 죽음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인간의 존엄과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사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해 왔고, 죽음 또한 자신의 의지로 맞이하고자 한다. 그녀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선택이다.

감독은 현대 사회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비판하기도 한다. 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집중할 뿐, 죽음을 어떻게 존엄하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마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보통 죽음을 이야기하는 걸 꺼린다. 하지만 영화는 죽음을 피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겠냐고 묻는다.


알모도바르 감독답게, 이 영화도 강렬한 색감과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마사가 마지막을 맞이하는 공간은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장소로, 차갑고 병적인 병원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따뜻한 조명, 그녀가 좋아하는 그림과 자연을 볼 수 있는 벤치 … 그곳에서 마사는 마지막을 준비한다.


영화는 죽음을 다루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몰아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정선을 유지하며, 관객이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눈이 내린다. 네가 지쳐 누워있던 숲으로, 네 딸과 내 위로, 산 자와 죽은 자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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