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현이 한국에 기여하는 진짜 의미
케데헌이 넷플릭스 북미 35주차 1위를 차지하고, 삽입곡들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도 1위에 오르면서 흥행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케데헌이 한국을 자연스럽게 알리게 되자, 외국인들이 한국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중학교 때 뉴질랜드에서 유학을 했던 나로서는 참 신기한 현상이다.
성우 조이 역시 인터뷰에서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어릴 적 학교에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 갔을 때 친구들이 “동물 똥이냐”고 놀리곤 했는데, 지금은 미국 마트에서 냉동 김밥이 품절되는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나 역시 김밥을 싸 갔을 때 친구들이 “스시냐”고 물어보면 귀찮아서 그냥 “그래, 스시야”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예전 서구권의 오리엔탈리즘 속에서 일본은 닌자, 중국은 쿵푸 같은 이미지가 있었지만, 한국은 뚜렷한 상징이 없었다. 그런데 케데현 이후로는 K-팝을 넘어, 한국만의 새로운 상징이 생긴 느낌이다. 이제는 “김밥”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 정도로, 한국 문화가 하나의 아이콘이 된 것이다.
특히 한국문화가 이제는 ‘주류(Mainstream)’로 자리잡았음을 체감한다. 외국에서도 우리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 콘텐츠를 다루고 소개한다는 점이 놀랍다. 외국에서 살아보면,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체면 구기고 서러운 일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나라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된다.
실제로 서양인들이 한국에 와서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음식을 먹으며 ‘MZ 한국식’이라는 이름을 붙여 영상을 찍는 걸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실제로는 중국 문화지만ㅋㅋ) 한때 “범 내려온다” 캠페인에 한국관광공사가 약 100억 원을 투입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 노출시켰는데, 이는 제작비의 다섯 배에 달하는 막대한 광고·홍보 비용이었다. 그런데 케데현은 이런 투자가 전혀 없이, 오히려 영화 자체의 힘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홍보 효과는 값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다.
이 영화에는 교포 출신 한국인들이 제작진으로 참여했고, 작곡가부터 디렉터까지 활약하면서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불타는 순간을 경험한다. 그것이 곧 뿌리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와 문화를 해외에서 함께 제작하고 홍보해 주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다. 정작 우리는 너무 익숙해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한국은 분명 독창적인 특징과 매력적인 소비 포인트를 지닌 나라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도 한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