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지원사업에 대한 기록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2025년 애니메이션 부트캠프 사업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2023년에 다른 회사 디자이너로 이 사업에 참여했을 때부터, 이 지원이 얼마나 큰 기회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처음으로 내 회사 이름(애니민스튜디오)로 지원하여 선정되는 기쁨을 느꼈다. 5월에 발표가 나고 6개월 동안, 정말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다.
어제 최종 발표를 끝냈는데, 지금은 극도의 피로가 몰려온다. 사업비 1,300만 원가량이 나왔지만, 외주를 주지 않고 (원칙상 지원금을 써야 했기에 용역 계약은 했지만, 실질적인 작업은 거의 내가 도맡아 했다) 기획, 제작, 디자인, 그리고 발표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감당했기에 번아웃 직전이다. 이럴 때는 내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 다행히 나는 일을 워낙 좋아하니, 이 허무함은 곧 새로운 일을 구상하는 에너지로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프리뷰 결과에서 18사개중 10위권 안으로 회사를 끌어올렸을 때의 기쁨은 정말 컸다. 그리고 데모데이 피칭을 앞두고 긴장감 속에서도 설렘이 더 컸다. 내 작품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로 직접 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행복했다.
나는 5위를 목표로 했고, 간절하게 3위권 안에 드는걸 꿈꿨다. 특히,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던 내 작품을 맡아주신 CP님께 그간의 노력으로 이야기의 반전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ㅋㅋ
결과적으론 5위 안에 들지 못했고, 나머지 순위는 공개되지 않아 허탈함이 컸다. '김이 샜다'는 표현이 딱 맞다.
하지만, 이번 부트캠프에 같이 참여한 기업들의 작품들이 수상하는 것을 보는데, 마치 내 일처럼 자랑스러웠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고민과 치열한 과정을 거쳐온 전우애가 생겨서 일 수도 있다.
누가 나에게 "어떻게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무조건 계속하는 놈이 가장 좋은 애니를 만든다"고 답할 것이다. 감각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인내와 끈기가 엄청나게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상식에서 수상작들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멋지고 부럽고, 온갖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수상작들은 퀄리티가 훌륭했을 뿐만 아니라, IP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노력해온 존경스러운 회사들이었다. 그들의 노력 앞에서 나는 질투심보다 응원과 존경심을 느꼈고, 그런 나 자신이 뿌듯하기도 하다.
지금은 이렇게 감정을 끄적이지만, 곧 이 경험을 체계화해서 정리해야겠다. 아쉽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동기를 얻었다. 그들을 존경하며, 나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년도 지원사업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부디 다음번에는 업계에서 모두가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여기까지가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