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로 이사와 뚜벅이 탈출기 그리고 편입준비
요즘은 하루하루가 낯설다.
2년제 전문대를 졸업하고, 3년 동안 애니메이션이랑 캐릭터 관련 일만 해오다 보니
어느덧 25살이 됐고, 4개월 전엔 원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차를 샀다.
살면서 내 차를 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진짜 운전은 지옥이었다.
비보호 유턴 구간에서 사고 날 뻔한 적도 있고,
그럴 땐 내가 상대차였으면 욕했겠다 싶을 정도로 식은땀이 났다.
유튜브로 운전연수 영상을 보다가 "그럴 거면 차 끌고 나오지 마" 라는 댓글 보니까
내 얘기 같아서 괜히 주눅도 들고 그랬다.
그래도 한 달쯤 지나니까 조금씩 나아지고,
이젠 한 손으로도 운전할 정도는 됐으니까— 나름 성장한 셈이다.
(물론 아직 지하주차장은 무섭고, 얼마전에 앞 경계석에 앞범퍼를 긁어버렸지만...)
그러던 중 부모님이 갑자기 연세대 원주캠으로 편입하라는 얘기를 꺼내셨다.
이 동네에 캠퍼스가 있으니, 학위도 마무리하고
사람들도 더 만나보라는 뜻인 것 같다.
사실 학교… 별로 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두 과를 찾아봤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동아시아학과’,
그리고 무려 경쟁률이 35:1이라는 ‘시각디자인과’.
특히 디자인과는 솔직히 무섭다.
예체능은 매일매일이 과제고, 하루하루가 시험이니까.
전적대에서도 디자인과를 나왔기 때문에 그 고됨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기획 일이랑 병행하는 게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차라리 언어랑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키울 수 있는 동아시아학과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둘 다 무섭긴 마찬가지다.
특히 ‘팀 과제’ 같은 거.
난 혼자 작업하고 완성된 결과물로 피칭하는 게 훨씬 편한데,
다른 사람이랑 어울려서 무언가를 같이 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런데 부모님이 하신 말이 맞긴 하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그래서 나도 일단 해보기로 했다.
편입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준비는 해보는 거다.
오늘부터 학업계획서도 써야 하고,
그동안 만들어놓은 작업들도 다시 꺼내서 정리해야겠다.
솔직히 무섭고 귀찮고 떨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나 자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