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힘들다고? 그건 축복이다

by 온수ONSU

어느 날 배우 덴젤 워싱턴의 인터뷰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일이 ‘사치(Luxury)’라고 단언했다.


배우가 되기 전, 우체부와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던 그는

자신의 아이를 전쟁터로 보내야 하는 부모의 고통에 비하면

영화 현장의 고단함은 불평할 가치조차 없는 축복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 말에 공감하며 이 글을 적는다.

나 역시 학생 시절에는
내가 하는 일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어느새 자만심과 특권의식으로 변해 있었다.

지금은 안다.


그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그래서 이제는 매사에 감사하려 한다.

예술 종사자들은
자신의 일이 고결한 자아실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자체에 감사해야 한다.


냉정히 말해 우리가 하는 일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편리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라면 모를까,
순수미술이나 패션, 엔터테인먼트는
타인의 여가와 시각적 즐거움을 채워주는 일에 가깝다.

생존의 최전선에서 땀 흘리는 노동에 비하면
분명 고차원적 욕구의 산물이다.


예술은 인류 사회에서
가장 생산성이 낮은 영역 중 하나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화려한 주목을 받는다.

수많은 재능이 이 길을 갈망하지만

모두에게 이 자리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 매력적인 직업을 가졌다는 사실은
거들먹거릴 이유가 아니라
오직 감사해야 할 이유다.


사람이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겠는가.

내가 하기 싫은 궂은일들을 묵묵히 감당하며
이 사회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의 노고 덕분에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콘텐츠를 만들고, 고민하며,
사치에 가까운 몰입을 할 수 있다.

모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하지만 사회적 주목도에 따라
타인을 판단하고 무시하는 천박함은
나 스스로도 경계하고자 한다.

예술이 고귀해서가 아니다.
예술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세상의 모든 노동이 고귀하기에
나의 직업 또한 가치를 가진다.


화려한 결과물 뒤에 숨은
수많은 이들의 헌신을 잊지 말 것.
그리고 내가 누리는 이 기회 앞에서
늘 겸손한 태도를 유지할 것.

그것이
내가 디자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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