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상실을 치료하기

수천 년의 시간 층위에서 삶을 위로받다

by 온수ONSU

최근 한 영상 인터뷰를 보았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였다.

작가의 차분한 말투와 사색이 묻어나는 깊은 답변이 마음을 사로잡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았다.


그는 원래 뉴욕 매거진에서 촉망받는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친형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경쟁적이고 복잡하며 때로는 가식적으로 느껴졌던 사회생활 대신,

그는 미술관이라는 고요한 공간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기로 결심한다.

이 작가의 말 중 인상 깊었던 것은 많았다.


예술은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각자의 마음속에서 예술을 간직해 개인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좋았고, 작품을 대하는 그의 태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그가 말한 ‘시간의 층위’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간은 생물이기에 언젠가 죽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작품은 끝없이 순환된다.

수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에 비해, 수천 년의 시간을 견뎌온 작품의 시간. 그 작품을 만든 작가의 유한했던 시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작품을 품고 있는 미술관의 시간.

이 서로 다른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예술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말이 깊게 와닿았다.


저자는 보통 예술을 대할 때, 어렵게 접근하지 말라고 한다.
예술사적 지식이나 작가의 기법을 분석하려 애쓰기보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경험 자체를 즐기라고 말한다. 이 순간 작품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면,

작품이 던지는 삶과 죽음, 인간의 감정에 대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작품을 바라보다 보면, 유독 마음에 닿는 작품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공감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예술은 때로 상실에 대한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미술관에서 그는 작품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같은 유니폼 뒤에 숨겨진 각자의 인생과 배경을 보며,

사람마다 지닌 특별함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진심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직함이나 역할, 타이틀을 벗겨낸 채, 한 사람의 내면을 바라본 기억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그는 10년간의 경비원 생활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평범하게 육아를 하고, 고된 가장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는 그 일상 속에서도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술관에서 발견한 이야기들이 다시 일상으로 이어졌기에,

그 깨달음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신성함이란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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