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단순히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이다.
“이것보다 이게 훨씬 예쁘지 않나?”
디자인을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생겨요. 한 기능에 대해 여러 시안을 쫙 펼쳐놓고 디자인 팀원들과 크리틱을 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분명 저 시안보다 이 시안이 예뻐 보이는데..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헷갈리는 거죠.
아마 4년 전의 저라면 예쁜 게 장땡이지! 하고 내 눈에 더 나아 보이는 시안을 골랐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프로덕트 디자인을 한 지 4년 차가 된 지금은 분명하게도 ‘어떤 것이 문제를 더 명확하게 해결하고 있을까’를 기준으로 선택을 고민하고 있어요. 오늘은 성공에 가깝게 다가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디자인을 통일감 있게 해야지!라고 다짐하신 적이 있나요? 저는 사실 디자인 시스템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여기서는 이 버튼을 저기서는 이런 컬러를, 내가 하나하나 모든 부분을 그리면서 아주 다채롭고 멋진 디자인을 하고 싶었거든요. 사실 그것은 그래픽 디자인이라면 통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프로덕트 디자인에서는 통하지 않는, 저의 욕심이었어요.
통일적인 UI는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사용할 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요. 예측 가능성이라는 것은 사용자는 일관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어디를 클릭하거나 터치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주요 버튼의 위치, 색상, 동작 방식이 통일되어 있으면 사용자는 학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조작할 수 있는 거죠.
특히 저는 B2B SaaS 프로덕트를 디자인하고 있는데,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기능이 많아서 UI의 통일이 더욱 중요해요. 일관된 디자인이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배우는 시간을 줄여줄뿐더러 원하는 정보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거든요. 네비게이션 메뉴가 모든 페이지에서 동일한 위치에 있다면 사용자는 더 적은 노력으로 탐색을 시도할 수도 있고, 동일한 아이콘이 페이지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면 혼란스러워할 수 있는 것처럼요.
헷갈리지 않는 UX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신 적이 있나요? 헷갈리지 않는 UX는 직관적이고, 일관적이고, 명확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용자가 처음 접하는 화면에서도 별다른 학습 없이도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하고, 기능과 시각적 요소들이 서로 일치하여 동일한 논리로 작동해야 해요. 그리고 정보나 동작의 결과가 이해하기 쉽고 모호하지 않아야 하죠. 결국 이 세 가지가 헷갈림 없는 UX를 만들어내고,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을 최소화하며 효율적이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어요.
예를 조금 들어보자면, 간단한 회원가입 프로세스에서 필수 입력 필드와 선택 입력 필드를 명확히 구분하면 사용자는 불필요한 정보 입력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요. 실제 예시로는 ‘토스’처럼 기존의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 UX의 문제를 간단한 인터페이스로 제공하여 독보적인 자리매김에 성공했죠.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걸 눌러도 괜찮을까?" 또는 "다음 단계는 뭐지?" 같은 의문을 가지지 않도록 UX를 설계하면 제품을 사용하는 전반적인 경험이 편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혹은 작업 취소/복구 버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면 실수에 대한 걱정 없이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구요.
헷갈림 없는 UX는 단순히 서비스 사용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서비스를 더 깊이 이해하고 만족하게 만들 수 있어요. 사용자가 느끼는 빠름과 안정감은 제품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거죠.
위 두 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에요. 사용자가 어떤 프로덕트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죠. 프로덕트 디자인이 아무리 아름답고 최신 기술을 내세워도, 사용자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어요.
사람들은 단순히 멋진 프로덕트를 구매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편함, 욕구, 또는 특정 상황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덕트를 찾기 때문이에요. 비싼 청소 로봇이 있어도, 실제로 먼지를 제대로 청소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좋은 프로덕트라고 절대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또 동일한 시장에서 많은 프로덕트가 경쟁하는 요즘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프로덕트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거죠. 결국 프로덕트를 만드는 이유는 회사가, 팀이, 제품이 성공하기 위함인데,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프로덕트는 자연스럽게 매출과 성장을 이끌어내는 비즈니스 성공으로 이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은 회사의 성공과 디자이너로서의 성공에 가장 빠르고 가깝게 닿을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해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은 단순히 '좋은 디자인'을 넘어, 사용자와 비즈니스 모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항상 "이 디자인이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하다면, 그 디자인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