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꽃의 유래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꽃은 어디서부터 유래된 것일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단지 꽃의 외형, 그 아름다움만 보고 사랑이라는 꽃말을 붙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다. 아름다운 꽃에 붙은,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꽃말은 절대 단순하게 나온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도출해 낸 답은 이렇다.
우선 핸드폰, 컴퓨터가 없는, 말과 편지 이외에는 상대방에게 말을 전할 수 없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모두가 다 아는 옛날 옛적에 라는 진부한 문장으로 시작해보자. 모두가 잠든 새벽, 잠에 들 수 없던 남자는 산책을 하기로 한다. 소복이 쌓인 눈은 마치 새하얀 도화지 같아 발자국을 남겨 더럽히고 싶지 않다고 남자는 한순간 그렇게 느낀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살며시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그때, 저 앞에서 누군가가 걸어온다. 조금 가까워진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해 보니, 차가운 날씨에 볼이 빨개진, 하지만 그래서 더욱 귀여워 보이는 어느 여자였다. 남자는 그 여자를 보고 느낀다. 난 방금부터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더럽히고 싶지 않은 하얀 도화지 같은 눈 위의 그녀는 하나의 그림 같았다. 도화지가 그냥 종이가 아닌, 아름다운 그림을 품기 위한 배경이라는 것을 남자는 느꼈다. 남자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운명이라고 믿고 싶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아름다운 눈 위에서 걸어오는 더욱 아름다운 그녀와 나는 결코 단순한 우연으로 조우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남자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할 말을 내뱉는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저는 눈을 좋아해요. 하얗고 하얘서 때 타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 아름답고, 순수한 눈은 단지 당신을 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을 방금 당신을 보고 느꼈어요. 저는 제가 이렇게 당신을 만난 것을 단순한 우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가 잠든 새벽, 이 거리, 이 순간은 단지 우연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워요. 만약 이게 우연이라면 우린 굉장히 쓸쓸한 세상에서 살고있는 것일 거에요. 저는 그래서 운명이라고 믿고 싶어요.”
그 뒤로 둘은 편지를 교환하는 사이가 된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하면 더욱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둘이 우연, 아니면 운명적으로 만난 그날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가는 날이었다. 그렇게 둘은 계절이 바뀌고, 봄의 끝자락까지 편지를 주고받았다. 어느 날 평소처럼 열어본 그녀의 편지에는 이러한 내용이 쓰여있었다.
‘우리가 우연히 만난 그날로부터 벌써 반년이 지났어요. 저는 다시 한번 당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요.’
그렇게 남자는 편지를 써 내려간다. 밤새 고민하며 써 내려간 편지는 아름다운 문장을 품고있었고, 결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편지임이 틀림없었다. 그는 그렇게 편지를 포장하고 마지막으로 그 위에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리곤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듯한 그 꽃을 한 송이 꺾어서 편지와 함께 그녀에게 보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편지가 그녀에게 도달하는 동안 그 편지는 비도 맞고, 바람도 맞으며 상해갔다. 다행히 편지를 포장하고 있던 종이가 있었기에 편지는 상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편지가 도착했을 때 포장지 위에 적혀있던 글씨는 희미하게 남아있는’••• 사랑•••’ 뿐이었다. 그녀는 남자의 편지를 읽고 그때의 만남이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음을 확신한다.
여자는 남자를 만나러 간다. 남자에게 지금까지 받은 편지와, 이름 모를 꽃을 들고.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여자의 오른손에 꽉 쥐여있는 꽃의 이름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여자도 그 꽃의 이름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대답했다.
“꽃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이 꽃이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어요. 단지 외형, 아름다움으로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에요. 말하자면 길지만 저는 느낄 수 있어요. 이 꽃은 사랑을 말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