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축제 전야 (2)
5월 22일 월요일. (축제 하루 전)
춤을 배우는 두 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다.
우리가 전문적인 댄서도 아니고 어떻게 이틀 만에 안무를 다 외워서 추란 말인가.
아무래도 너무 빠듯한 일정이고 급하게 일이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어제 처음 춤을 배우고 안무를 익히고 혼자 연습도 해봤지만 아침이 되니 동작이 몇 개 헷갈린다.
이대로 무대로 올라가게 된다면 긴장감에 온 몸이 굳어버릴 것 같다.
“자, 자!! 어제 배웠던 동작 기억나시죠? 앞부분 노래에 맞춰 다시 춰보도록 할게요!”
댄스 동아리 부회장은 오늘도 주어진 시간이 짧다며 빠르게 연습에 임하도록 한다.
“오늘은 모든 동작을 다 익혀야 합니다. 내일이 바로 축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늘 밖에 없어요. 어제는 1절을 다 마무리했으니 오늘은 2절을 배워보도록 하죠.”
“자, 자! 이 동작에서는 이렇게 발을 움직여야 합니다. 팔과 다리가 같이 움직여야 하니 그 부분 신경 쓰시고요. 팔 동작 따로 다리 동작 따로 아니에요. 아시겠죠? 자, 그럼 다시 한번 해볼까요?”
참가자 전원이 2절에서 헤매기 시작하면서 진전이 없자, 결국 부회장은
“아무래도 한 곡을 다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싶습니다. 우리 1절만 완벽하게 소화하도록 하죠. 2절까지 다 할 필요는 없으니까....(참가자 전원의 표정을 두루 살피며) 내일 무대에서도 1절만 나가는 걸로 합시다.”
“휴~~~”
다들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틀 만에 한 곡 다 소화하는 게 사실상 좀 무리긴 했어요.”라며 달걀처럼 매끈한 얼굴에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자, 자! 그럼 조금만 더 힘내서 연습 마무리할까요?”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댄스 동아리 부회장은 손뼉 치며,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요.”
라고 말하며 눈인사로 마지막 인사임을 알렸다.
‘아아아, 오늘이 마지막 날이구나. 이제 저 부회장 선배? 오빠?를 다시 못 보는 건가? 계속 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계속 볼 수 있을까? 가끔씩 마주칠 때마다 짧게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도 되고 싶다... 이런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전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오늘이 오빠를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날이었는데.... 운이 좋으면 아주 가끔씩 캠퍼스에서 볼 수 있겠지만..... 에휴.....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일단 내일 있을 축제 준비부터 잘해보자’
부회장 오빠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다시 기숙사로 발길을 향했다. 내일 있을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주한 마음이 아쉬운 마음을 잠시 밀어내었다.
‘어제 배운 동작을 아직 안 까먹고 있지만 오늘 동작이랑 연결해서 하다 보니 헷갈리네. 아무래도 몇 번 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 하지? 아, 헬스장! 그곳엔 전신 거울이 있으니까 연습하기 좋겠군.. 아무도 없어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기숙사 지하 1층의 헬스장으로 내려가 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거울을 마주한 채 기억을 더듬어 순서대로 춤을 춰본다. 민망하다. 혼자서 거울을 보고 춤을 추는 모습이 왠지 낯설고 어설펐다. 그래도 걱정보다는 대회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슴이 벅찼다.
미리 작성해 놓은 무대 인사용 멘트도 거울 앞에서 읊어보았다. 공기 중에 내 목소리가 울려 퍼져 다시 내 고막에 전해지는 소리가 내 춤만큼이나 어색했다. 이렇게 크게 말을 해본 적이 드물어서일까. 카세트테이프(요즘은 스마트 폰이겠지만)에 녹음된 내 목소리를 처음 들어본 느낌과 같다고나 할까. 내 목소리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닌데 알 수 없는 민망함에 닭살 돋는 느낌. 일상 속에서 매일 말을 하니 내 음성을 매일 들을 수밖에 없지만 어느 순간 내 목소리가 낯설게 다가올 때가 있다. 소리의 울림이 큰 대강당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발표할 때, 녹음해서 내 목소리 확인할 때, 적막을 깨트리며 운을 떼었을 때가 그런 순간들이다.
"음음...... 아~~~~~아~~~~~~아~~~~~~"
목청을 가다듬으며,
"안녕하세요, 참가번호 4번 차은서입니다. 이번 ‘미스 S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말할 때 표정과 자세를 살피고, 목소리 톤을 조절해가면서 떨리더라도 자연스럽게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연습을 한 후에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그냥 불안했다. 하지만 동시에 기분 좋은 예감 또한 들었다.
이번 축제로 인해 인생에서 내가 얻게 될 일들이 많아질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