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안개, 시작 일기
이른 아침
프리지어를 좋아하는
네가 생각났다
지금은 늦여름
3월의 꽃을 구하러
우산을 챙기고 시장으로 간다
천천히 내리는 비가
안개가 되고 있었는데
나는 곧 죽는 사람
꽃을 쥔 사람에게
죽음이 없는
꽃다발을 부탁했고
그는 이곳은
축하와 사랑만
수확한다며
노란 꽃을 모은
오늘의 꽃다발을 건넨다
'3월이 되면 다시 오세요'
정류장
나무의 잎은
너무 커다랗고 무성해
우산을 펴지 않고
버스를 기다린다
♥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프리지어를 한단 사 왔다. 매달 같은 날 몇 송이씩 꽃을 사 온 지 벌써 여러 달이 되었다. 한 달에 한번 정해진 날 동네 꽃집에 들러 꽃을 사는 건 봉봉을 떠나보낸 이후 생긴 나만의 의식이다.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가 먼 여행을 떠난 날을 잊지 않고 환한 꽃송이로 기억하는 것.
이번 달엔 무슨 꽃을 사면 봉봉이 좋아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꽃집에 프리지어가 있는 걸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한단을 집었다. 3월엔 역시 프리지어지.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3월이 되어 그해의 첫 프리지어를 만나면 나는 반드시 꽃을 사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한다. 봄에 피는 아름다운 꽃은 프리지어 말고도 많이 있지만 아무래도 프리지어를 사야 비로소 봄이 시작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백수린, 『오랜만에 아주 행복하다는 느낌』
나의 묘소
꽃다발과 편지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