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렸다.

9월, 폭풍이 오려나, 시작일기

by 이수연

*이 글은 클레어 키건의 <이토록 사소한 것들>의 내용과 결말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는 최근 소란한 마음이었다

한국현대시사를 점검하는 수업의 과제와

클레어 키건의 <이토록 사소한 것들>

강독을 연달아서 써야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벼 동명의 영화도 시청했다.

주연 배우인 킬리언 머피의

연기가 정말 좋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찾아보니

그의 출생은 아일랜드였다.


책을 펼치면

맨 처음 마주하는 문장들


“아일랜드의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고통받았던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칩니다. 그리고 메리 매케이 선생님에게”


“이 소설은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허구입니다. 1996년에야 아일랜드의 마지막 막달레나 세탁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아일랜드 공화국은 모든 아일랜드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충성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에 이를 요구한다. 공화국은 모든 국민에게 종교적, 시민적 자유, 평등한 권리와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며, 국가 전체와 모든 부문의 행복과 번영을 추구하고 모든 아동을 똑같이 소중히 여기겠다는 결의를 천명한다."


-아일랜드 독립선언문(1916)에서 발췌된 문구


어떤 슬픔은 오래된 선언문의 구절에

기대어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


아주 오래전에 돌에 새겨진

흔적처럼

이 소설이 슬픔을 주는 방식은

차분하지만 선명했다


내가 애써 모른척하고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던

세계의 진실과 삶의 비의들


천장을 두드리는 비처럼

절망이 씻겨져 나가는 순간이 있지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더 옛날이었다면, 펄롱이 구하고 있는 이가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이걸 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펄롱이 어떻게 되었을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클레어 키건, 옮긴이 홍한별, 『이토록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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