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근거지(우리 집 이야기) - 대성쌤과 함께 하는 생활글쓰기 첫번
짝지가 어제 아침에 서울로 떠났다. 일요일 밤 9시에 울산역으로 올 예정이고 픽업하러 가면 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지금 온전히 혼자인 시간을 누리고 있다. 지금시간은 새벽 4시 42분. 요즘, 아니 한 두달 전 부터 아침에 출근 시간보다 일찍 절로 일어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두 달 전까지 나의 아침 모습은 이랬다. 핸드폰 알람을 06:04과 06:53 두개를 설정해 두었다. 시간은 6시와 6시 50분에 맞춰 두는 것 보단 재미있지 않은가. 회사 출근은 8시까지인데, 사람들이 7시 40분 전까지 다 출근해 있는다. 그래서 나도 집에서 7시 10분 쯤에 나서는데, 그럴려면 6시 50분에는 일어나야 콘프레이크를 우유에 말아 먹을 시간이 된다. 알람을 두번 맞춘 것은 6시 4분에 눈을 떠 6시 53분까지 그 잠깐의 시간을 더 누리려는 목적이다. 그 짧은 시간이 아주 달콤하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알람과 상관없이 절로 일찍 눈이 떠진다. 오줌이 마려워 일어났다가 그냥 방 불을 켜기도 한다. 왜 이렇게 일찍 눈이 떠지게 된 걸까. 나는 요즘 종종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내 47년 인생중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하고 호기심이 많고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9년의 우울증의 역사를 가진 나로써는 아주 아주 놀라운 변화이다. 우울증과 무기력에 휩싸여 있을땐 삶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것의 거의 없었는데, 내가 괜찮은 삶을 살게 되니깐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호기심도 많이 생기게 되었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면 커피 한잔을 따라 전자레인지에 2분 10초 돌리고 책상에 앉아 어제 읽던 책을 마저 읽는다. 아침에 조용한 이 시간이 책에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다.
내 책상은 두개로 구성되어 있는데(길이를 제어 보려 줄자를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ㅠㅠ) 대충 가로 다섯뼘이 조금 넘고 세로로 세뼘정도 되는 길이의 조립식 책상 두개이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내 책상위는 잡다한 물건이 즐비하게 쌓여 있었다. 읽어야 할, 읽고 싶은 책들도 여기저기 쌓여 있고 물건들도 널부러져 있었다. 그랬는데, 짝지가 봄을 맞이해 집정리를 한참 했다. 정리할 거 버리고 가구들도 재배치하고 새로 사기도 했다. 내방 책상위도 회사를 다녀오니 깔끔하게 정리해 두신 것이다. 짝지의 몇칠간의 노고를 잘 아는지라 이번에는 짝지에게 요 깔끔한 책상 상태를 이제 유지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책을 읽거나 무엇을 쓰고나면 나중에 다시 정리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왼쪽 책상위에는 최근에 읽고 싶은 책, 읽을 책들이 삼단으로 쌓여있고, 오른쪽 책상위엔 필기도구들이 필기도구통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가운데는 책받침대가 있다. 오른쪽에는 짝지에게 물려 받은 아이패드가 있고(그림 그릴때 사진 보기용으로 쓴다) 그 앞엔 저렴한 스탠도가 책상 모서리에 고정되어 있다.
짝지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내가 출근하면 짝지는 느즈막히 일어나 걷기를 30분하고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60인치 벽걸이용 티비에 자판을 연결해서 글을 쓰신다. 내가 퇴근할때 쯤이 되면 널부러진 상태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낮에 글을 쓰는데 에너지를 다 썼기 때문이다. 짝지는 소설을 쓰다보니 머리속에 늘 소설이야기가 가득차 있고 수시로 아이디어가 떠 오르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휴식을 위해 퇴근후엔 늘 TV를 켜 놓는편이다. 예능을 보고 드라마를 보고 넷플릭스를 보고 유투브를 본다. 나는 퇴근을 하면 그제야 내 시간을 가지기 때문에 책을 읽기 위해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집의 대장은 짝지이기에 TV를 켜놓아야 된다. TV소리땜에 내 방문을 닫고 책을 읽어봤는데, 짝지는 나랑 단절된 느낌이 든다고 문을 열고 책을 보라고 하셨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짝지도 물론 내가 방에서 책을 읽으면 TV소리를 낮추시지만 그래도 TV소리가 귀에 꽂힌다. 예전에 거실에 있는 긴 탁자를 원형탁자로 바꾸면서 긴 탁자를 짝지방으로 옮겼다. 그래서 내방 스탠드를 짝지방 탁자로 옮겨서 짝지방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방은 거실 TV와 일직선이지만, 짝지방은 거실에서 한번 꺽이는지라 소리또한 꺽여서 TV소리가 내 방보다는 덜하다. 요즘은 짝지방에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그날 몸이 피곤한 날이면 스르륵 짝지 침대로 기어들어가 단잠을 잘때도 있다. 그 쪽잠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른다. 잠은 7시간 정도 충분히 자는 편인데, 가끔 몸이 피곤하면 짝지 침대에서 그렇게 보충잠을 잔다.
짝지방에서 책을 주로 읽지만, 그래도 내 방에서 책을 읽을때가 있는데, 스탠드가 없으니 눈이 침침해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기가 힘들어서 짝지방에 있는 스탠드랑 같은 제품으로 하나 더 사달라고 했다. 제품가격을 짝지에게 입금해 드리면 짝지가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 주신다. 우리집의 물품구매는 짝지가 담당한다. 워낙 검색에 달인이라서 믿고 맡기는 편이고, 알뜰한 짝지가 이거 삽시다 라고 말하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입금해 드린다. 알뜰하게 살려고 얼마나 검색을 많이 하셨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아침에 일찍 눈이 뜨지면 내방에서 책을 읽고, 저녁에 퇴근하면 짝지방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 책상이 두개가 생긴 셈이다.
내 방 한 구석에는 2018년 8월 30일에 그린 내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때 당시는 심한 우울증 상태여서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낼때였다. 일상드로잉 작가로 생활할때지만,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나또한 드로잉 수업을 새로 개설한 의지도 별로 없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그 벽 1인쇼파에 앉아 유튜브를 멍하니 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유튜브를 보며 머리를 한쪽 벽에 대고 있었는데, 몇달간 그렇게 지내다보니 머리를 댄 벽지가 누래졌다. 짝지가 내 모습을 사진찍어주며 장난삼아 거기에 내 모습을 그려보라 했다. 무기력한 상태라 그리기 싫기도 했지만, 왠지 재미있을거 같아 벽에 실물크기만하게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 봄개편으로 내방의 가구들도 재배치되는 바람에 거기 원래 있던 쇼파는 버렸고 그림만 남아 있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우리집 포토존이라고 우리집에 놀러오면 사진을 찍으라고 말하곤 한다. 웃픈 추억이 된 그림이다. 내가 저때 많이 힘들었지 하며 추억을 회상한다.
내 방 책상 위에는 내가 그린 그림들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최근 그림은 없고 최소 4년 이상 전의 그림들이다. 일상드로잉 작가로 살기를 4년동안 실험해보다가 우울증이 심해서 결국 지금 직장을 구해 다니고 있다. 그림과 담을 쌓고 지냈는데, 최근에 신기하게도 펜드로잉 인물드로잉을 하고 싶은 욕구가 뿜뿜해서 취미삼아 즐겁게 그리고 있다. 글 제일 처음에서 말했듯이 지금 직장을 다니고 난 후에 내 일상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회복을 해 나갔다. 처음에는 회사집 회사집 말고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었는데, 회사에 적응도 잘하고(들어가고 1년 반 동안은 정말 사고를 많이 쳤다. 운전 납품하는 일을 하는데, 2.5톤, 5톤 트럭은 이 회사 들어와서 처음 몰아봤다) 내가 안정적이 되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하나하나 생기기 시작했다. 호기심도 많이 생기고 양산등산밴드에도 가입해 한번씩 사람들과 같이 걷고 등산하고, 양산자유독서 모임에도 가입해 이주에 한번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책읽기에도 재미가 붙어 요즘 즐겁게 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그리고 싶은 욕구가 다시 생길꺼라고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그런 마음이 생겨 무척 신기하면서 귀하게 여기고 있다. 나는 수채화채색을 어려워하는 편이고 수채화그림에도 큰 흥미가 없다. 다만 인물드로잉을 좋아하고 간단히 펜드로잉으로만 묘사하는 것이 재미있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호감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는데, 지금은 내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까지 확장되었다. 일하면서 거래처에 납품하면서 일하는 현장 풍경을 사진으로 자주 찍고 있다. 시간이 날때 그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 노동자들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싶으니까.
나는 나를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또 그렇게 불리기를 원한다. 내가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다른게 아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잘쓰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나를 표현하는게 좋고, 내 삶속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듯이 내 글과 그림을 보고 당신의 삶속에서도 길러낼 이야기가 많으니 당신의 삶도 기록을 해보고 표현하길 하는 바람이 있다. 자기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내 삶을 관찰한다는 것이고 내 삶에 애정이 있다는 말이다. 자기 일상을 기록하는 전도사로 불러줘도 좋다. 글을 잘 쓰는 것 보다 표현하고 기록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 글쓰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야 글쓰는게 재미가 있다. 이 글을 쓰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안에서 어떤 감정과 이야기들을 떠올릴까. 하는 기대감.
우리집 현관에 들어오면 TV옆에 아레카야자 병식이가 있다. 처음에 짝지가 이 녀석을 입양했을때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병식이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저녁마다 매일 물을 주다 보니 애정이 생겨 식구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에는 짝지가 조그만 세개의 화분을 들여놨다. 샴듕이라고 부르는데, 일듕이 이듕이 삼듕이이다. 병식이와 샴듕이가 함께 있어서 짝지가 없는 지금이 외롭지 않다. 창문밖으로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글을 마무리 하고 책 좀 읽다가 출근해야겠다.
오늘 저녁엔 수영에 있는 비온후 책방에서 <우리말 글쓰기 사전>의 저자 최종규작가님의 강연이 있다. 작가님이 궁금해서 영상과 블로그를 찾아 보았는데, 참 유니크한 분이라는 느낌이라 오늘 강연이 기대가 된다. 요즘은 직장에서도 즐겁다. 운전도 익숙하게 잘하고 운전하면서는 팟캐스트를 즐겨듣는다. 회사가 바쁘지 않을때는 브런치 글과 이북으로 책을 읽는다. 일하는 것도 재미있는 요즘이다. 47년 인생중 가장 행복한 일상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오래 살고 볼 노릇이다. 내가 우울증과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낼줄 과거의 내가 상상히나 했겠는가. 그러니, 삶이 고통스럽고 힘겹게 느껴지더라도 버티고 살아내어 오래 살고 볼 노릇이다.